깍깍깍 깍깍깍. 나도 모르게 소리를 따라간다. 오층 창밖, 까치는 보이지 않고 운동장 가장자리에 은행나무들이 높게 서 있다. 그 위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온통 샛노랗게 활활 가을이 타오른다. 후두두둑, 바람에 비처럼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낮에 본 풍경 생각에 퇴근하려다가 발길을 돌린다. 은행잎 모양으로 떨어져 누운 가을 하나를 집어 든다. 갓 구워 낸 듯 열기가 손바닥을 타고 가슴으로 흘러 든다. 뒤쪽에 서 있는 모과나무는 큼직하니 실한 열매 두어 개를 바닥에 떨궜다. 옆에서 해맑게 웃던 풀꽃들은 어느새 지고 야위어 간다.
나무와 나뭇잎과 열매들. 봄부터 지금까지 아니, 한겨울에도 함께한 피붙이들이었다. 봄이 오기를 기다려 무럭무럭 자라 너울너울 춤출 수 있기를 바랐다. 열매를 익히느라 한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지칠 줄 몰랐다. 그런 그들이 이제 제각각 다른 시간을 맞아들이는 모양이다.
얼마 전 그림책에 상담기법을 접목한 연수를 받았다. 읽을 것도 볼 것도 없어 단숨에 휘리릭 책장을 넘기고 말았다. 그림책은 유아나 아동들의 전유물이겠거니 여긴 적도 있었건만. 차근차근 살펴보니 표지뿐 아니라 그림 한 컷 한 컷에 깃든 이야기는 많고 많았다.
나무의 일생도 우리네 삶도 한 권의 그림책에 담는다면 어떨까. 책은 더하고 빼서 편집이 될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못한 게 일생이고 삶일 게다. 그림책 그림을 보듯 듬성듬성 보고 넘기는 대신 가만히 들여다보면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던 것이 들리고 보일 테다. 그래서 누군가의 삶 앞에서면 짠하고 뭉클하며 울분이 터져 오르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앉고 눕고 다시 서는 일처럼, 웃고 울고 다시 잔잔해지는 일처럼, 나무는 이 계절 한 뿌리 한 가지에서 함께 했던 시간을 가만히 내려놓고 있다. 그들은 그들다운 순환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 슬픔도 아픔도 품지 않은 채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오늘 풍경이 나를 깨운다. 문득, 까치가 고맙다.
2024. 11. 22. 07:00
현경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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