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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Sep 03. 2021

숙소운영 필요충분조건

펜션 오픈 전에는 몰랐다.  거대한 화분 멋스러운 화분 하나도 그리 비싼 줄.

펜션 오픈 전에는 몰랐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  

펜션 오픈 전에는 몰랐다. 이렇게 뒷돈이 많이 들어가는 줄..



펜션 오픈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건 두말하면 입 아플 그것 돈이다.  넉넉한 여유자금 돈통을 가지고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 멋진 가구와 비품들을 채울 수 있다.

수영장 혹은 스파가 있으면 더 좋고 설치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돈이 든다.  수영장 있는 펜션에 놀러 가 본 적 있는가? 물값을 달라는 사장에 야박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사실 내가 펜션 하기 전에는 수영장 펜션의 숙박비가 참 비싸다고 생각했다. 추가로 온수 비용을 청구하는 펜션은 와 사장이 나빴네. 돈에 눈이 멀었어.. 쯧쯧..  생각한 적도 있다.

근데 수영장 설치 비용, 관리비용을 펜션 오픈하면서 알아보니 비쌀 수밖에 없더라.  



주머니가 한없이 가벼운 나는 우리 펜션에 수영장과 스파를 포기했다.

근데 손님들이 스파 없냐고 물을 때마다 속이 상하다. 알면서 왜 묻냐 싶고.  




그뿐인가 정원도 마치 기계를 빌린 듯 깔끔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조경업자를 부르고 싶다.

물론 사람 부르면 또 돈이기에 직접 한다.  블로그 체험단으로 받은 예초기는 알고 보니 참 싸구려였나 보다.

펜션 오픈 전에는 몰랐다. 예초기가 이리도 비싼지.  

결국 예초기는 조금 돌리고 우리 손으로 잡초를 뽑는다. 소인지 사람인지 무념무상 잡초뽑기.  

잡초가 괜히 잡초가 아니었고 인생은 잡초처럼 꿋꿋하게 살아 야한다 할 때 그 잡초가 그리도 대단한 녀석인지 그때는 몰랐다.  

마당이 넓다 좋아했는데 마당이 넓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넓은 마당에 돌을 옮기고 텃밭을 꾸민다.  오일장에서 모종을 사 와 땡볕 아래 심는다.

땅에 작물을 심으면 무조건 다 잘 크는 줄 알았다.   근데 제주 땅, 우리 펜션 땅은 모래흙이라 작물이 종류에 따라 다르게 자라더라.  이런 땅에 당근과 고구마 잘 큰다는 걸 왜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가.

태어나 처음으로 고구마를 심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방울토마토 줄기에 대를 세워보았다.

그리고 땅 파며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많은 벌레와 만났다.  벌레들이 아는 척 좀 안 했으면 싶다.  

콩만 한 텃밭이라도 농사는 어렵다. 그리고 농약을 왜 많이 친다는 것인지도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대단한 농사꾼이 아님에도 장비 욕심이 난다.  고구마 심는 순간 나는 대단한 농부였다.

엉방석도 탐났고 호미도 탐났고 목까지 덮어주는 센스 넘치는 모자도 괜히 탐나 오일장에서 기웃거리게 된다.  대단한 텃밭을 가꾸기 위해선 더 대단한 물욕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펜션 사장이 되기 전에는 몰랐다.  이불, 수건에 얼룩 지우는 법을.

펜션 청소를 하며 느는 건 빨래의 얼룩제거 잔기술과 실험정신.

세제의 조합으로 얼룩진 이불을 뽀얗게 만들어낼 때의 쾌감이란.  귓구멍에서 거대한 귀지를 만났을 때의

짜릿함이랄까.  더럽지만 시원한 걸로.





펜션 사장은 간단한 전기공사도 할 줄 알아야 하며

막힌 변기도 단박에 뚫어낼 줄 알아야 하고  

세상 끔찍한 벌레도 초연하게 때려잡을 수 있어야 하는 강단을 가져야 하며

손님이 토한 이불과 온갖 쓰레기에 이겨내는 대단한 비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진상 손님을 만나도 참을 줄 알아야 하며 예약전화가 없는 날에도 의연해야 한다.

이불과 수건에 온갖 얼룩을 지워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머리카락 한올, 곳곳에 숨겨진 온갖 짭 쓰레기 들을 찾아내는 서치아이의 능력!!  

몽골인 부럽지 않은 매의 눈썰미로 집안 곳곳에 먼지를 찾아내는 빠른 동공의 움직임!!  

체크 인전 완벽하게 청소리 마무리할 수 있는 재바른 행동력까지  


잠깐...

이 정도면...  

맥가이버네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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