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만 전화해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몇 년간 무음으로 전화야 오든 말든 네가 답답지 내가 답답냐 마음으로 한결같은 무음을 유지했다. 제주도 펜션을 오픈하고 무음은 벨소리로 바뀌었다. 24시간 항시 대기.
혹시라도 손님의 불편 전화를 놓치지는 않을까
혹시나 예약문의 전화를 못 받으면 속상하니까..
수년간 계속되던 무음은 펜션 오픈과 동시에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에 여러 번 전화가 온다.
모르는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들.
와 예약문의인가 봐... 앗싸!! 하고 받아 들면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희는 ** 회사입니다.
사장님 숙소의 홍보를 저렴한 가격에... "
하루에 골백번 이런 회사에서 전화가 온다.
손님인 줄 알고 신나서 화장실에서 뛰쳐나와서 받기도 하는데 기껏 광고전화라니.
보던 영화 정지하고 가족 모두 숨죽인 상태로 받은 전화가 기껏 광고쟁이들 전화라니.
말하고 싶다. 저기 죄송하지만 제가 당신들이 보내주겠다는 여행블로거 중에 한 명 바로 그 광고쟁이요.
근데 참 신기하죠? 난 그런 회사 소속이 아닌데 그런 회사에서는 여행블로거들이 본인들 소속이라
이야기하더라고요. 누가 누구를 보낸다는 건지 원.
참 웃기지만 업체에선 고액의 광고비를 챙기고 홍보해주는 인플루언서들을 펜션으로 보낸다.
물론 식당, 카페, 홍보가 필요한 어느 곳이든 룰은 비슷하다.
그리고 그들은 투숙을 하거나 음식을 먹고 숙제라 부르는 포스팅을 업로드한다.
그럼 펜션 사장님은 광고비도 주고 블로거들 숙박도 내어준다. 블로거들한테 광고비가 가끔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속된 말로 파워블로거들. 노출이 잘되고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상위 노출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라 보면 된다. 그 외 블로거는 여행을 하고 쉼 없이 전화하는 그 광고회사에서 많은 돈을 먹는 형식.
간략히 이야기하면 이 정도.
나 역시 그 세계의 매력에 빠져 아직도 여행 인플루언서의 탈을 쓰고 여전히 활동 중이다.
이 바닥 대충 다 아는 나에게 전화 와서 AI 같은 광고 룰을 설명한다.
듣기도 싫고 말 섞기도 싫다.
미안하지만 전화받은 내가 블로거의 입장이 아니라 운영자의 입장이기에
마냥 울려대는 벨소리가 희망고문과 같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그들은 전국 팔도 펜션 운영자의 전화번호를 다 아는 것일까 하는 생각.
과연 이 사람들이 우리 펜션의 장단점, 위치는 알고 전화나 하는 걸까 하는 생각.
그들도 그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필요 없다. 제발 손님인 척 그만 전화 좀 해라.
괜히 손님인 줄 알고 기대했잖아!!!
영업을 뛰려거든 한번 와서 투숙이라도 해주던가 이 광고쟁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