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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May 17. 2024

박수칠 때 떠나기는 개뿔

다시 일 년이 지났고 하트입을 가진 제비는 귀신같이 찾아왔다.  다시 제비 똥을 치워야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제비 똥을 치우지 않기로 했다.  올해 초 3년 가까이 단 하루도 미루지 않았던 월세를 연말, 연초에 정신이 없어 조금 미뤘다.  빨간 날이 지나고 4일이 되자마자 남편에게  메시지가 왔다. 집주인이다.  새해니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정도의 기본 인사는 없었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런데 월세가 안 들어왔더라. 무슨 일이 있느냐라고 물어볼 수 없었나?  무려 31개월간 단 한 번도 월세로 속 썩여본 적 없는 세입자에게 새해 복 받으라는 인사도 사치란 말이던가. 아 이 아줌마 싹수는 텄다.  아마 올해 또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겠지. 새해 인사도 못 받고 독촉하는 문자에 더러워서 당장 보내줬다.  아는 지인집 세입자처럼 3개월씩 쳐 밀려서 속 썩어봐야 정신 차릴 여편네.  내가 너무 잘해줬다 싶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계약기간.  아니나 다를까 1년 전에 올리고 또 올려달란다.  이 아줌마 2년 계약 끝나고 올려달라 해서 내가 순순히 올려줬더니 이제 나를 호구로 안다.  이 아줌마는 모를 리가 없다. 지금 제주의 시국을. 다 해외여행 가고 그 마저 있던 관광객들도 등 돌리고 있는 요즘이다.  코시국 때처럼 숙박비를 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미 방값은 반액으로 줄인 지 오래다.  반값으로 줄어든 방값에 손님 또한 줄었다.   금액을 줄였고 셀프로 홍보까지 하기에 그나마 질질 끌고 가고 있었는데 이 아줌마는 천지 모르고 월세를 올려달란다. 자기 아는 지인이 썩어빠진 집을 싹 리모델링 해서 자기보다 500만 원이나 더 받는다면서.  매번 우리를 볼 때마다 그 소리다.   아니 그래 그 썩어빠진 집구석은 자쿠지라도 있다면서요. 근데 여기는 그 딴것도 없잖아요? 다 썩어빠진 콘셉트 없는 오래된 집에 그저 넓기만 하고 무덤 같던 뒷마당은 우리가 다 손으로 일궜거늘. 

수십 년 써서 보는 사람마다 터지겠다고 경악하던 기름보일러도 니들이 여기서 돈 버니까 니들이 고쳐라 해서 내 돈으로 또 고쳐줬지.  오자마자 막힌 하수구 따위는 내가 내 돈으로 사람 불러 또 뚫어줬지.  이 아줌마는 해주는 것도 없이 그저 월세만 따박따박 받아먹으면서 새해 인사 따위도 안 하는 주제에 또 월세를 올려달란다. 아 이건 정말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 이 더러운 관계를 끌고 가지 않기로 했다.  이 아줌마는 아주 고약한 세입자를 만나서 고생을 해봐야 한다.   방역하러 온 아저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왜 그만두시냐기에 주인아줌마가 또 월세를 올려달래요 했다.  아저씨가 어이없단다. 제주 곳곳에 숙소가 안돼서 주인이 월세를 깎아주기도 하던데 요즘시국에 월세를 올려 받는 대단한 배포의 사람이 있네 하며 웃는다.  계약 기간 이후에도 예약하겠다고 전화며 연락이 온다.  죄송하지만 더 이상 운영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지인들이 말한다 지금까지 홍보하고 너무 잘 일궈둔 게 아깝다고.  주인아줌마는 월세 못 받아봐야 정신 차릴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전한다.  그러면 뭐 하는가 나는 이제 셔터 닫아야 할 판이거늘.  아깝다 무덤 같던 뒷마당 전 세입자가 개판으로 하고 간 그 마당을 돈아 낀다고 온몸을 받쳐 돌 옮기고 잡초 뽑던 그 시간들이.   전기 공사 한다며 지짐이 될 뻔했던 남편의 손가락도 다시금 시큰거리는 기분이다.  이렇게 빨리 쫓겨날 줄 알았으면 덜 사랑하는 건데 말이다.  줄눈에 때를 너무 열심히 뺐다 싶다.  내 것도 아닌데.  블로그에 포스팅 너무 열심히 했다 이제 문 닫아야 하는데. 




이제 제주는 더 사람들이 오지 않고 비계사건과 전기요금 사건에 매일 같이 욕만 처먹는다. 누군가는 댓글에 제주도민까지 싹 다 중국에 팔아버리라고 하더라.  하하하. 제주도민도 같이요?? 저는 무슨 죄명이죠?   제주 도민의 텃세에 오히려 쫓겨나가는 판인데요? 관광객들이 더 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 와중에 제주의 감성숙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오픈 또 오픈 중이다.  차라리 잘됐다.  손님이 없어서 생돈 주고 월세 주는 거보다 차라리 지금 그나마 이미지 좋을 때 그만두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련이 남아 또 물었다. 사장님 다음 세입자 못 구하면 사장님도 손해인데 현 체제로 성수기만 더 할 수는 없을까요?  아줌마가 말한다. 아니~ 다음 세입자도 성수기 장사 하고 싶을 텐데 비켜줘야지~  아 이 아줌마는 오픈하면 바로 숙박업을 할 수 있는 줄 아나보다.  전기검사도, 민박신청도  모두 다 허가가 나야 할 텐데. 내가 나가고 삼일이면 그게 된다고 생각하나 보다.  아 어리석은 아줌마 월세 올려 받고 부자 많이 되시길. 36개월 채우고 새해 복도 못 받은 세입자는 떠납니다.  아줌마!  창고에 아줌마가 던져둔 고물들은 단 하나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가겠습니다.  월세 많이 내는 다음 세입자랑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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