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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Oct 18. 2021

펜션 사장의 물욕

욕심과 필요 사이

펜션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물욕이 생겼다.  제주에 살아 옷가지와 신발들에 대한 물욕을 잃어가며 아 이것이 제주 삶이구나 생각도 잠시.

펜션을 오픈하니 끝없이 올라온다. 물욕.

그것도 예전엔 상상치 못했던 다양한 아이템들이 누워있는 동안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1. 예초 

잔디도 없고 주택도 아닌 집에 살던 우리 삶에 예초기 따윈 아웃 오브 안중 아이템이던 시절이 있었다.

펜션을 오픈하고 튼튼하고 날카롭고 잔디란 잔디, 풀이란 풀을 싹 다 잘라 버릴 수 있는 대단한 예초기가 탐이 난다.
블로그 체험단으로 남편이 예초기를 받았는데
마당 관리 따위 없을 땐 와 이거 좋네로 끝나던 예초기였다.
근데 어라 예초기의 세계도 장난 없더라.
더 잘 깎이는 거 더 큰 거 더 좋은 거 그런 예초기가 탐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펜션 운영자 부부는 예초기에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예전 예초기 그것 그대로지만..



2. 백 자갈

넓은 마당을 보니 머라도 해야 할 듯싶다.  잔디를 깎다 지쳐

제초제로 잡초 죽이기를 여러 번.

마당의 쌩얼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대머리 독수리 같이 죽은 풀로 듬성듬성 채워진 마당을 볼 때마다 사태 수습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백 자갈.

돌 많은 제주에서 돌을 돈 주고 사야 하는 거도

육지에서 돌 배송비로 20만 원이나 달라는 상황에 그저 어이가 없지만 자꾸 아른거린다.  백 자갈.

백 자갈을 곱게 깐 넓은 마당은 어떤 모습일지.

오늘 밤도 백 자갈 깔린 펜션 마당을 상상하며 잠이 든다.

돌 배송비 10만 원이면 도전이라도 해봐야 할까. 이건 욕심일까 진정한 필요일까를 다시 고민하며.




3. 온수풀 수영장 혹은 자쿠지

우리 숙소에는 수영장이 없다. 여름을 보내면서 손님들이 숙소에 수영장이 없냐고 물어본다.

나도 우리 펜션에 수영장이 있으면 좋겠다.

겨울에도 따뜻하게 일본 어딘가의 료칸처럼 개성 넘치고  아늑한.  그러면서 실내였으면 좋겠고 온수가 콸콸 나오는

그런 수영장 그런 자쿠지.   

물욕이 넘치는 펜션 사장은 견적을 내보고 곱게 접었다.

코로나로 여름 성수기에 많은 손님이 오지 않았고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리고 결과적으로 돈이 없다. 수영장 자쿠지 따윈 필요를 가장한 물욕이었다.  수영장 없는 펜션 사장님들 힘을 냅시다 우리.





4. 안마의자

필요보다는 나의 물욕으로 생각되는 안마의자.  수영장이 없어 괜히 미안한 손님들 핑계 대며 안마의자 견적을 내본다.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안마의자 역시 잠시 스쳐가길 바라는 나의 물욕 이리라.  있으면 손님들이 좋아하겠지? 라는건

손님 핑계 대는  사장의  욕심 정도겠지.




사실 그 외에도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욕심 템들이 참 많다.

이건 이래서 손님이 좋아할 거고 이건 이래서 필요해.  

꼭 필요할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늘도 손님 핑계 대며 물욕을 내보는 펜션 사장.   예쁨 받는 걸로만 가득 채우고 싶은 건 물욕이기보다는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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