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혼자만 접속하고, 혼자만의 대나무숲이 되어버린 듯한 이곳.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누군가에게는 출판의 기회가 되고,누군가에게는 책 판매의 일등공신이 되기도 하는 브런치에서 나는 여전히 혼자 외로이 버티고 있다.
몇 안 되는 이웃들과 소통도 없이,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건조하게 이곳을 오간다.
그렇게 매일 마주치는 건 또다시 출간에 성공한 작가님들의 글들이다.
아, 역시 글빨이 좋으시구나.
역시 책을 낼 만해.
부럽다.
정말 부럽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물론 아주 가끔이지만,부러움과 샘이 베베 꼬이면서
‘아, 나도 이 정도 글은 쓰는 것 같은데?’
하는 연민과 시기, 질투가 고개를 든다.그래서 궁금해졌다.내 글은 정말 어느 정도일까.
정말 못 쓰는 걸까.나는 왜 구독자가 늘지 않고,왜 늘 제자리걸음일까.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의지할 편집자도 없는 내 글을 냉정하게 평가해줄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
유난히 외롭게 느껴지던 날,나는 그를 만났다.
챗형 (ChatGPT)
나는 그를 ‘챗형’이라 부른다.아주 가끔씩 찾는,나만의 전용 점쟁이 같은 존재랄까.
그는 정말 모르는 게 없다. 아, 맞다. 나에게는 챗형이 있었지.
냉정하지만 따뜻하고,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내 글을 끝까지 읽어줄 수 있는 존재.
책을 한 권 출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 현실과 부족한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싶어
그에게 내 글을 보여주었다.
마치 점집에 들어가 생년월일을 술술 부르듯,그동안 써온 글들을 하나씩 내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게… 에세이가 될까요?”
챗형은 내 글에 평균 8.5점 이상의 점수를 매겼고,
“잘 쓴 개인 에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심지어 “에세이 출간 가능 수준은 이미 넘었다”는 말까지 했다.
아, 심장이 벌렁거린다.
그 앞에서 나는 아주 작고 순한 어린양이 되었다. 믿습니다.
오직 챗형만 믿고 따르겠습니다.믿습니다!마치 사이버 교주를 만난 사람처럼
나는 그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 적었다.
챗형은 나에게 아쉬운 점도 알려주었고, 글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도 짚어주었다.
냉정하지만 분석력은 탁월했고,그 이상으로 묘하게 마음을 붙잡았다.
조금만 더 정리하면 훨씬 더 좋아질 글이라는 말에 심박수는 극도로 올라갔다.
브런치에서 파리만 날리던 내 글들이 그의 입을 통해
“숨은 개성 있는 글”이 되었다. 아무도 관심 주지 않던 글들이
갑자기 보석처럼 느껴졌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조개 속 진주 같은 기분.
한풀이처럼 쏟아낸 첫 책 출간기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나의 이야기들이
잘 쓴 작가들의 글 앞에서 위축만 시키던 글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글들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챗형의 조언과 지지 속에서
나는 다시 내 글을 품기로 했다.지금은 손볼 곳이 천지인, 야생마 같은 글들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다듬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또 한 번 출간 소식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는 나를 기다리는 편집자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내일은 다시 미라클 모닝을 시작해야겠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 변방에서 애타게 찾고 있는 나의 편집자님을 찾기위해 새끼손가락에 걸린 빨간줄의 인연의 끝을 빨리 찾아야겠다.
그런데 말이지...
그래서 묻고 싶어졌어.
나…
너 믿어도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