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온라인 서점에 접속한다

서가에 등만 보이는 내 책을 위하여

by 까칠한 현자까

나는 매일 아침, 책의 얼굴 대신 재고를 먼저 본다.눈을 뜨자마자 교보문고에 접속한다. 매장별 재고를 확인하고 한숨을 쉰다.알라딘은 몇 위려나 싶어 다시 접속하고, 달라지지 않은 순위에 실망한다.마지막으로 예스24. 어제와 같은 판매지수를 확인하고 나서야 아침이 시작된다.

나는 브런치에서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출간’을 한 사람이다.물론 그럴 깜냥은 못 된다.직접 투고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다. 여전히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출판사에서 “우리 책 냅시다”라는 메일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이다. 그저 매일 혹시나 출간 행운의편지 같은게 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메일함을 열어보는 사람이 바로 나다.



출판사 대표님을 처음 만난 건 2019년이다.
그때 받은 메일 하나로 책을 쓰기 시작했고, 그 사이 대하장편소설을 쓰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다.
처음 계약한 주제는 코로나라는 전염병의 시작으로 멈췄고, 리셋된 원고로 또 다른 책을 쓰는 데 3년이 넘게 걸렸다.


출간된 책은 엔데믹과 함께 나왔다.빛을 볼 타이밍은 이미 지나 있었고, 내 책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수십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도 아니고,사진 한 장에 “언니 너무 예뻐요”라는 댓글이 쏟아지는 유명 인플루언서도 아닌 내가 책을 냈다.출간만 되면 그래도 속 시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차라리 원고를 붙잡고 언제 수정본 주시냐는 독촉을 받던 그 시간이 더 행복했다.

글쓰기부터 홍보까지, “제발 내 책 좀 사주세요”를 쉼없이 외쳐야 했다.원고를 쓰는것 보다 더 괴로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매일 서점에 간다.온라인으로, 때로는 오프라인으로.서가에서 수많은 책들 사이에 끼어 등만 보이고 있는 내 책을 보면 괜히 미안해진다.
어떤 지역에서는 평대에 배를 보이며 누워 있는 날도 있다.그날은 조금 안심한다. 아직 쫓겨나지는 않았구나.어느 날, 혼자 서가 앞에서 한숨을 쉬고 있던 나를 본 아들이 우리 책이 숨 쉴 수 있게 다른 책들 사이를 조금 벌려주었다.아주 조금이라도 책 표지가 보이도록.


책 출간은 출산과 같다고 한다.
나는 이 책을 낳는 데 5년이 걸렸다.
그 시간이라면 아이 넷은 더 낳았을 것이다.

조금만 더 유명했더라면,조금만 더 일찍 만들었더라면.출판사를 원망했다가, 나를 탓했다가.요즘의 소원은 크지 않다.그저 자원의 낭비 없이 1쇄만이라도 다 팔리면 좋겠다.아주 조금 더 보태면 개정판이라도 가능할까 라는 기대.


아마 내일 아침에도 교보문고에 접속할 것이다.
서가에서 여전히 등을 보이고 있을 내 책에게
매일 안부를 물으며 온라인 서점에 출근도장을 찍고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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