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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May 27. 2021

비슷합니다. 같지 않습니다.

우리말 어감사전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5월 3주] 5/17~5/23


같은 말을 반복해 듣는 것만큼 곤혹스러운 일도 많지 않다. 일상에서, 글을 읽을 때 모두 그렇다. 편집장으로서 《GQ KOREA》를 18년 동안 이끌었던 글쟁이이자 독서가 이충걸은 에디터스 레터를 모은 책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리의 특별함』에서 같은 표현과 단어가 반복되는 것을 철저하게 잡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양한 단어를 상황과 맥락에 맞춰 사용하면 글이 풍성해진다. 뜻이 비슷해서 헷갈리는 단어를 잘 골라 써야 하는 이유다. 유유의 '잘 말하고 잘 쓰는 법 알려주는 시리즈' 신작 『우리말 어감사전』은 이 유의어를 파고든다.



개는 '헤엄'을 칠 수는 있지만 '수영'을 할 수는 없다. 강연은 강연'장'에서 하고 강의는 강의'실'에서 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확연하게 뜻이 다른 단어, 대체해도 될 것 같지만 미묘하게 느낌이 다른 단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책이다. "평소 나는 실수한 것 없을까?" 글로 밥 먹는 사람이라면 읽기도 전에 긴장할 수 있다. 너그러워져도 된다. 들어가는 말에서 먼저 독자를 안심시킨다. 언어의 의미에 완벽한 답은 없으며, 언어의 규범보다는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가 앞선다 말한다. 이어지는 본문에서 말의 속뜻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나간다.


사전편집부가 배경인 소설 『배를 엮다』에서 감수자 마쓰모토는 평생 사전을 만들어온 국어학자다. 식도암을 앓고 있다. 10년 넘게 준비했고 23만 개 단어를 수록할 대사전 《대도해》의 탄생을 함께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30년 넘게 사전을 만든 안상순은 『우리말 어감사전』 가제본 확인 후 3일 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중단 위기에 처했던 《대도해》는 결국 편찬되었다. 『우리말 어감사전』은 뜻풀이를 중심으로 한 '진짜' 사전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종이사전과 정반대 성격의 매체인 트위터발 화제가 기폭제라는 점이 흥미롭다.


출처: 유유 출판사 페이스북


90가지 유의어 사례를 소개한다. 전부 217개 단어의 의미를 풀어낸다. 만약 단어가 전구라면, 책장을 넘기며 217개 전구에 하나씩 불이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이 책의 가치는 의미 해석에만 있지 않다. 섬세한 언어 사용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한다는 점도 뜻깊다. "말하기 전에 생각했나요?" 『우리말 어감사전』을 읽은 다음에는 생각한 뒤 말하고 쓰게 된다. 책에 감명받은 사람이 아직 많이 남은 유의어를 모아 속편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반의어 등 또 다른 우리말 OO사전을 상상하는 것도 즐겁다. 저자도 기꺼이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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