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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Jun 03. 2021

가장 가깝고도 먼 '뒷모습' 스케치

사물의 뒷모습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5월 4주] 5/24~5/30


에드워드 양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는 사람의 뒷모습만 찍는 소년이 나온다. 이유를 묻자 아이는 답한다. 아무도 자기 뒷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모든 존재는 뒷모습이 있다. 그러나 피트니스 마니아가 아닌 이상 모두 앞만 신경 쓴다.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평소 인식의 구석에 밀어 두었던 세상의 이면을 철학함을 뜻한다. 밝은 앞과 어두운 뒤를 함께 상상할 때 온전한 달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종교와 예술은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삶의 뒤편을 돌아보게 하는 틀이다. 안규철은 이 중 예술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응시한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미술잡지 기자, 현역 미술가, 대학교수로 미술계에 몸담아왔다. 지난해 정년 퇴임했다. 올해 5월 작가 인생을 회고하는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을 열었다. 앞서 3월 내놓은 에세이집과 제목이 같다. 작가로서 좇은 화두가 글과 전시 두 작업에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책 소개 중 한 문장이 잘 요약한다. '사물의 뒤편에는 짐작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세계가 있다.' 『사물의 뒷모습』은 평범한 일상에서 소박한 관찰과 경험을 통해 길어올린 사유를 스케치했다. 67가지 단상을 절제의 미학을 살려서 쓰고 그렸다.


모든 글은 저자의 말마따나 엽서 한 장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짧다. 앞이 아니라 뒤를 조명한 책의 반전 미학과 통한다. '더하기'와 '채우기'만 말하는 세상에서 반대로 '빼기'와 '비우기'를 강조했다. (나아가 그의 개인전에는 10위 '계획 세우지 마라'에서 시작해서 1위 '포기하라'로 끝나는 작품 '인생에 실패하는 법'이 전시되어 있다. 표면만 반짝이는 가짜 성공의 풍자다.) 각 페이지 안에서 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대신 여백은 크다. 넓은 공간 그리고 그 안에 배치된 작품이 어우러져 예술을 완성하는 전시장을 닮은 구성이다.


「식물의 시간」(출처: 현대문학 페이스북)


방탄소년단 RM이 팬 커뮤니티에서 추천하여 화제가 됐다. 사진을 올린 「식물의 시간」은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식물의 꿋꿋함을 긍정한 글이다. 또한, 공허를 채우려 조바심낼 필요 없다고 말한다. 책머리에서 언급한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과 연결된다. 정적이 흐르는 순간 덕분에 저자는 '사물의 뒷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적었다. '무용해 보이는 것에서 유용함을 발견하라.' '모든 것의 이면을 보라'와 함께 『사물의 뒷모습』이 전하는 또 다른 조언이다. 정적이고 담백한데 힘이 느껴지는 책. 휴대폰을 꺼놓고 읽는 것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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