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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Jul 15. 2021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여행상품을 팝니다.

밤의 여행자들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7월 2주] 7/5~7/11


노벨 문학상과 부커상 맞은편에 에드거상, 대거상, 휴고상이 있다. 전자는 이른바 순수문학이 대상이다. 후자는 미스터리, SF 등 장르문학상이다. (거칠긴 하지만, 편의상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으로 분류한다.) 이 중 1955년 제정된 대거상은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매년 최고 추리소설을 뽑는 권위 있는 문학상이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도 1963년 수상한 적이 있다. '번역추리소설 부문'은 비영어권 소설 중 영어로 번역 소개된 작품을 심사한다. 최근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 2021년 수상작으로 발표됐다.



2016년 한강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과 나란히 놓고 보게 된다. 모두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영국 문학상 중, 번역 부문에서 수상했다. 균열과 파국을 섬세하게 해부했다. 단, 세상의 폭력에 개인으로서 저항한 초월성이 두드러진 『채식주의자』와 달리 『밤의 여행자들』은 부조리 묘사에 무게를 둔다. 화산, 지진, 전쟁 등 재난 지역 관광이 인기인 시대, 이러한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프로그래머인 고요나 과장이 주인공이다. 직장생활에 위기를 맞은 그는 회사에서 지정한 퇴출 후보지 '무이'로 휴양 겸 출장을 떠난다.


시그니처가 '싱크홀'인 무이는 전문가인 요나가 보기에 너무 정적이고 매력이 없다. 그렇지만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파멸적 프로젝트가 모래 아래서 꿈틀대고 있다. 여기에 동참할지 말지는 요나의 선택에 달렸다. 휘몰아치는 결말은 '관계 맺음'의 존재인 인간의 사회성에 대해 세 가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너의 일이라 여긴 재앙에 어느덧 내가 휘말릴 수 있고, 사전 차단은 불가능하다. 고도로 분업화된 체제 속 무악함의 총합은 거악이 될 수도 있다. 삶은 실제 같은 연출, 가짜 같은 진짜가 뒤엉켜있는 전시장이다.



혼밥 학원 수강생(「1인용 식탁」)과 북한 아파트에 투자한 예비 신혼부부(「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이야기처럼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적인 문제의식을 능숙하게 결합해온 작가의 초기작이다. 영미권에는 '첫 번째 팬데믹 여름'을 지나고 있는 지난해 7월 번역 출간되었다.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은유한 작품이기에 오늘날 읽으면 더 불길한 블랙 코미디 스릴러. 이번 수상 소식도 책의 전개도 스펙터클하지만, 윤고은의 작가적 바람은 단순하다. "동시대 우리 이야기를 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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