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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Aug 15. 2021

스포 금지라는 말조차 스포가 될 수 있는

홍학의 자리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8월 1주] 8/2~8/8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저서 『히트 리프레시』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사실 스포일러가 제공된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스포일러 당한 정도로 재미가 반감된다면 어차피 그 책은 재미없는 책이라는 말이다. 신선한 발상이다. 그렇지만 굳이 적극적으로 스포일러를 찾아 읽는 사람은 없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개봉 초기 직장인들은 연차, 반차를 써가며 관람을 해치웠다. 스포일러 공포에서 빨리 해방되고 싶어서다. 그리고 스포일러라고 다 같지는 않다. 유출 내용에 따라 죄질(?)이 나뉜다.



스포일러 상위 등급표. 특급은 '반전이 있는 책의 반전을 공개하기'다. 1급은 '반전이 없는 책의 결정적 결말을 이야기하기'다. 2급은 '이 책의 반전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주기'다. 정해연 장편소설 『홍학의 자리』는 미스터리/스릴러 팬이라면 도전해볼 의미가 있는 문제작이다. 단 온라인 서점 책 소개, 언론사 서평, 독자 리뷰 등 관련 정보를 완전 차단하고 읽는 것이 좋다. 장르 특성상 세 유형의 스포일러 중 하나는 당하기 쉽다. 1장만 읽어도 최종 비밀이 무엇일지 두뇌 풀가동이 시작된다. 나만의 추리 회로를 따라가는 편이 즐겁다.


여러 트릭을 동시에 심어 놓았다. 가장 결정적인 두 가지를 추측하는 것, 완독한 사람끼리 결말을 토론하는 것은 즐거운 미스터리 읽기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개인 취향의 영역이므로 독자 사이 호오가 갈릴 수는 있다. 그러나 임팩트가 강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영화, 드라마 등 영상 매체가 선보일 수 없는 텍스트 예술로서 소설만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한다. 트릭을 논외로 해도,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쌓는 정교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한번 잡으면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시간순삭 페이지터너'다.


도서 소개 자료를 보면, 원고는 투고 방식으로 전달되었다. 성공을 확신한 편집부는 적지 않은 분량의 티저북을 대량 배포했다. 편집, 마케팅 담당자의 만장일치 추천사를 상세 이미지로 만들었다. (여러 책을 다뤄야 하는 출판사로서 흔한 경우는 아니다.) 결과는 성공이다. 독자들도 호응했다. 2013년 추리소설 작가 활동을 시작한 뒤 왕성하게 작품을 내놓았던 정해연의 팬층은 이 책을 기점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미스터리 독자들은 '국내 추리 소설가'라 하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작가, 설레는 마음으로 후속작을 기다릴 작가를 한 명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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