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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Aug 22. 2021

업데이트 어게인,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OS

백조와 박쥐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8월 2주] 8/9~8/15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언컨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다. '외국'이라는 단어를 빼도 큰 무리 없다. 만화의 김성모 등과 함께 다작계 대표 성인 중 한 명인 그. 광기에 가까운 집필 속도는 누구도 흉내가 불가능하다. (독자가 글을 읽는 속도보다 작가가 글을 쓰는 속도가 빠르다는 말도 있다.) 수많은 책의 대중성과 완성도 모두 최고 수준. 독자들도 전폭적 신뢰를 보내왔다. 2010년대 10년 동안 한국에서 가장 책이 많이 팔린 작가다. 같은 기간 판매 1위 소설은 '21세기 경이로운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작가 이름을 검색하면 약 90종이 확인된다. 이중 국내에 늦게 소개된 지각 신작, 기존 출간작의 개정 신작 모두 잘 팔린다. 일본에 바로 이어서 출간된 책은 말할 것도 없다. 『백조와 박쥐』는 2021년 4월 현지 공개된 최신작. 소설의 계절 여름 번역 출간 후 최상위권에 직행했다. 신작이라는 점 외에도 인기 요소가 많다. 한국 출판시장에 분 히가시고 게이고 신드롬의 배경에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책을 선호하는 독자의 성향이 자리한다. 깊이 있는 사회적 메시지와 뭉클한 드라마를 갖춘 작품이 특히 인기가 높다.


이 모든 교집합 영역에 『백조와 박쥐』가 있다. 우선 기존 SF, 의학, 판타지 장르 작품과 구분되는 사회파 추리물이다. 순수 오락적 요소는 최소로 줄였다. 신출귀몰 활약을 보이는 히어로 탐정과 형사도 없다. 담백하고 진지하다. 추리를 주도하는 인물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두 남녀다. 흉기에 찔린 사체로 발견된 변호사 시라이시의 딸 미레이. 모두 자신의 범행이라 자백한 구라키의 아들 가즈마. 둘은 이미 종결된 듯한 사건을 처음부터 파헤친다. 편안한 거짓보다는 그것이 잔인할지언정 진실을 밝히기를 원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적 캐릭터다.


일본 현지 홍보 문구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죄와 벌』이다.


휴머니즘 색채가 진한 대작 미스터리다. 범인 포함 모든 등장인물의 사연에 귀 기울이게 된다. 세 대답이 돌아온다. 죄와 벌, 선과 악은 혼재되며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 엄정한 진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역설. 마지막은 그럼에도 현실 제도와 법이 담아내지 못하는 인간 내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호소로, 미레이와 가즈마가 몸소 증명한다. 정반대 위치에서 시작해 조금씩 가까워지는 둘의 관계는 작품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우연히도 백조와 박쥐는 초성이 같다. 한국 독자만 즐길 수 있는 문학적 작은 선물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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