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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Aug 29. 2021

적은 가까이, 내부의 적은 멀리

친일파 열전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8월 3주] 8/16~8/22


국내 기준 <대부>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 '적과 화해하라는 자가 배신자' 두 가지다. 국가 차원에서 참고할 말도 있다. "친구를 가까이하라. 적은 더 가까이하라." 적을 정말 원수 대접하면 명분과 실리 모두 잃게 된다. 국제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접 국가일수록 등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사이가 좋든 나쁘든 지금까지 교류했고 앞으로도 영향을 주고받을 관계라면 더욱 냉정하고 실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일본은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이웃 중 하나. 단, 대화를 위한 기본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



과거사 사과와 역사 왜곡 중단 등 현안 해결이다. 꼬여있는 매듭을 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와 체제를 바라보는 국내 내부의 인식 통일부터 이루어야 한다. 아직 부족하다. 정부 수립 이전 발생한 균열이 메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 박시백의 『친일파 열전』은 분열의 시작점인 친일파의 행각에 초점을 맞춘다. 일제강점기는 작가의 대표작 『조선왕조실록』의 무대가 닫히고 새로운 대한민국이 태동했던 시기다. 이 시간을 세밀하게 묘사한 『35년』에서 친일파 부분을 재구성한 뒤 일부 내용을 덧붙인 책이 『친일파 열전』이다.


'열전'이라는 말이 암시하듯 단순 사실 전달 위주로 변절과 변명을 나열한다. 친일파가 어떻게 일제에 협력했고 이를 통해 어떤 이익을 취했는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소개된 인사들은 뛰어난 능력을 '친일'이라는 지렛대를 통해 막대한 부로 연결했다. 이 사실은 친일이 단지 역사 교과서 속 과거 일이 아닌 현재 진행형 문제임을 시사한다. '100년 전 같은 친일은 아니지만 현재 시점 양심의 갈림길에 설 때 당신은 안위, 이익, 영달을 포기할 수 있는가?' 광복 후 70여 년이 지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친일파 열전』이 던지는 질문이다.



물론 최우선 과제는 친일 잔재 청산이다. 중요한 만큼 어렵다. '친일'이라는 화두 위에 이념 논쟁, 정치 득실, 논점 회피 등 너무 많은 프레임이 겹쳐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출판 보고회에서 "친일은 역사적 사실이며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공정'. 그 자체 편법, 불공정, 기회 불평등의 총합이었으며 다른 무고한 누군가를 희생시킨 대가로 승승장구했던 친일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친일파의 존재만큼이나 친일파 및 일본 입장에 호응하는 내부 목소리가 지금도 굳건하다는 언급도 빼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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