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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Sep 05. 2021

직장 하이퍼 리얼리즘 '대기업편'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8월 4주] 8/23~8/29


서울, 자가, 대기업, 부장. 2021년 오늘 더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최강 타이틀의 조합이다. 이 모든 것을 갖췄는데도 김 부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 항상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습관 때문이다. 진급, 부동산, 가방, 자동차까지 모든 것을 비교하고, 자신이 우월해야 안심한다. 이런 전형적 부장 캐릭터 상사가 팀원에게 관대하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리라는 건 예상하기 쉽다. 끝이 밝지 않으리라는 것 또한. 회사에서 위기에 처했다고 느낀 (사실은 기회 혹은 과제인데도) 김 부장은 사표를 쓴다. 그리고 무모한 모험을 시작한다.



체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것부터가 '사고'지만, 영웅심리와 한탕주의 때문에 백 퍼센트 사기인 상가계약을 맺은 것은 '사건'이다.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김 부장. 그에게 필요한 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변 사람들과 솔직히 논의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최악 상황은 아니다. 이런 세상알못에게도 맥주 한잔 기울일 친구가 있다. 그는 매우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새 일을 맡겨준 형이 있다. 살아있는 보살이라고 할만한 아내,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쓰는 교육방송 애니에나 나올 것 같은 아들도 있다.


김 부장은 이른바 '라떼는 말이야' 속성을 한 인물에 몰아놓은 캐릭터다. 책 역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올 만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등장인물은 전형적이고, 사건과 사고의 흐름은 단선적이다. 단, 이는 저자가 의도한 바다. 몇 명의 인물을 매개로 독자에게 '알기 쉽게' 교훈을 전달하는 것이 저자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만약 실용적 메시지 전달이 아닌 글의 표현미나 문학적 성취를 중시했다면 분야를 자기계발이 아니라 소설로 잡았을 것이다. 결과는 수많은 블로그 방문자와 카페 회원의 호응과 공감이었다.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인생 단계별로 해야 할 일을 꼭 지켜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최근 화제가 되었다. 반대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읽으면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는 지식과 지혜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를 때맞춰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소 1권 주인공 김 부장과 2권 주인공 정 대리처럼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그 정반대 인물이자 독자가 워너비로 삼고 싶어할 인물 송 과장 이야기는 3권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장류진 소설의 대기업편이라 할 이 시리즈는 3부작으로 완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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