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환회 Nov 28. 2021

상실과 희망 사이에서 온도 맞추기

우타강의 시간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11월 3주] 11/15~11/21


2019년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은 두 가지 '최초'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 영화 중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리고 최초로 아시아 영화의 2년 연속 수상을 이루었다. 일 년 앞선 2018년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이 같은 부문에서 수상했다. 감독은 차분하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개인과 사회를 관조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 이야기를 즐겨 다룬 그의 대표작 중 한 편이 <바닷마을 다이어리>다. 영화와 원작 만화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팬들이 반가워할 만화 『우타강의 시간』 1권이 출간되었다.



두 작품은 연결되어 있다. 작가 요시다 아키미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완결 후 곧바로 『우타강의 시간』를 새로 연재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차갑고 어두운 느낌을 풍겼던 전작과 달리 비어있는 듯 꽉 찬 그림체와 현실감 있는 줄거리로 전환을 시도한 작품이다. 『우타강의 시간』도 이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번에도 형제들과 자매들이 등장한다. 등장인물 간 관계도가 복잡하다. 시골 작은 마을의 풍경은 평화롭게 묘사되지만,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가즈키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막내 스즈의 배다른 동생이다.


지역이 바다와 산으로 구분되는 두 '가족-마을 드라마'에는 하나 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일본 만화나 영화 중에도 십 대가 주요 인물이며 시골이 배경인 작품이 많다. 그곳에는 도시로 떠나지 않고 계속 고향에서 머무려 하는 아이들이 살고 있다. 시골의 낭만화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타강의 시간』은 표면으로 보이는 따듯하고 아름다운 시골만을 그리지 않는다. 주인공의 친구 루이의 입을 빌려 산골 마을 특유의 폐쇄성과 배타성을 지적한 것처럼 명암을 함께 드러낸다. 사람들의 상처 역시 지우지 않고 긴 대사로 모두 들려준다.



특히 아이들의 근심이 작품 전체의 줄기를 이룬다. 온천에서 일하는 가즈키와 소꿉친구 다에 그리고 가즈키의 동생 마모루. 아직 어린 소년과 소녀는 왜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할까. 『우타강의 시간』의 이야기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쌓으며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주 무대인 온천이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어 탕 온도를 조절한다는 설명은 주제를 은유한다. 작가는 어떻게 상실과 희망 사이 조화를 이룰지 궁금해하며 읽게 되는 새로운 이야기.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다시 한번 영화로 만들어 커플링을 완성할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작가의 이전글 모두가 볼 수 있고, 한 명만 가질 수 있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