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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Dec 19. 2021

오늘도 파열음은 째깍째깍

눈으로 만든 사람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12월 2주] 12/6~12/12


12월에는 책, 영화, 음악 등 수많은 올해의 리스트가 공개된다. 일간지와 서점도 각각의 기준으로 올해의 책을 발표한다. 올해 6회째인 '소설가 50인이 뽑는 올해의 소설'은 선정 결과가 실제 판매 증대로 이어지는 많지 않은 기획으로 주목받는다. '소설 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간결하지만 강력한 콘셉트가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 더 알려졌어야 할 좋은 책의 재발견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역주행을 시작한 올해의 1위 책은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이다. (윤성희의 『날마다 만우절』과 공동 1위.)



출판사 책소개에서 작가 황정은의 추천사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올해 내놓은 산문집 『일기』에서 황정은은 (주로 표4에 실리는) 추천사를 쓰지 않는 이유를 밝힌다. 이어서 그럼에도 지금까지 세 번은 썼다고 기억해 낸다. 그 중 한 편은 저자의 이름만 보고 심장이 뛰어 거절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고 말한다. 그렇게라도 사랑을 한번은 고백하고 싶었다는 첨언과 함께. "당신의 소설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말하게 될까봐 말할 기회가 영영 없을까봐 초조했다." 추천사를 볼 때 고백의 대상인 셋 중 한 명은 높은 확률로 최은미다.


최은미도 작가의 말에서 황정은에게 감사와 안부를 전했다. 신의하는 두 작가의 비교. 황정은 소설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모든 문장과 서사가 위계 없이 동등하게 이야기를 점유한다. 최은미 소설은 보다 높낮이가 있다. 정확히는 감정이 휘몰아치는 파열의 한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보내는 이」에서 깨져 조각나는 유리창 혹은 「내게 내가 나일 그때」에서 머리가 하얘지도록 액셀을 밟는 유정. 그런데 감정의 들끓음은 카타르시스를 뜻하지 않는다. 파국 전후 큰 차이는 없다. 불안이 쌓이면 결국 터진다는 삶의 물리학을 담담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여기 우리 마주」 속 수미의 폭발.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거울이다. 사회적 위기 상황, 약자의 숨이 먼저 차오른다. 소설에 나오는 자영업자 여성들이 그렇듯. '나'는 위태롭게 하루를 지탱하고 수미는 꺾인다. 그러나 둘 사이 차이는 종이 한 장 정도다. 더 무서운 점. 재난이 없어도 현실에서 안온을 지키기 힘들다. 폭발은 다음 세대로 옮겨간다. '욕하지 말고 친근하게 대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공포와 근심을 기꺼이 함께 짊어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황정은 말처럼 '아주 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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