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의 비극(1932) 엘러리 퀸
[세계 추리문학전집] 04/50
엘러리 퀸은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의 이름이자 두 사촌형제가 내세운 가상 작가의 이름이다. 국명 미스터리 등 일련의 걸작으로 최정상에 오른 엘러리 퀸 콤비는 새로운 작품 세계를 이어가고자 또 다른 익명 작가 '바너비 로스'를 창조한다. 동시에 엘러리 퀸 이름으로도 완성도 높은 집필을 이어갔기에 실로 경이로운 창작력이다. 바너비 로스로 발표한 작품은 네 편뿐이다. 그러나 이 '비극 시리즈'는 모두 걸작이다. 특히, 추리소설 황금기를 빛낸 독보적 작품 『Y의 비극』을 포함하여 더욱 의미가 특별하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지만, 세계 3대 추리소설과 세계 10대 추리소설에 모두 선정되었다.
어느 2월 오후, 뉴욕 로어 만에서 한 노인의 시신이 떠오른다. 그는 '미치광이 집안' 해터가의 1대 요크 해터다. 함께 발견된 유서는 나는 완전히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자살하는 바이다, 라는 한 문장만을 담고 있다. 3대가 모두 내면이 조금씩 뒤틀려있는 한 가문의 음울한 저택에서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첫 번째는 독살 미수 사건이다. 이어서 요크의 부인 에밀리 해터가 살해된다. 곁에는 에밀리 해터가 유일하게 진실한 애정을 준 딸 루이자 캠피언이 있었다.
루이자는 모든 추리소설의 살인사건에서 범인과 접촉한 가장 특이한 목격자(?)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오감 중 두 가지를 잃은 상황에서 남은 촉각, 후각, 미각에 의지하여 범인을 밝혀내라. XYZ 시리즈의 히어로 드루리 레인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때 명배우였던 웨인은 지금은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상대의 입술로 의사를 읽고 자신의 햄릿 저택에서 기거한다. (이름도 비슷한) 배트맨 브루스 웨인과 집사 알프레드 페니워스 캐릭터를 합친듯한 위용을 뽐내는 그의 존재는 작품의 다크 고딕적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당연히 명탐정은 사건을 꿰맞추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전개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방향은 아니다. 웨인은 즉각적인 심판보다는 인간 본성을 관조해보는 쪽을 선택한다. 살인 자체와 내면의 악마성 중 진짜 비극은 무엇인가? 바로 이 악에 대한 고찰은 '각본처럼' 정교하고 특이한 설정과 함께 『Y의 비극』을 가장 중요한 추리소설 반열에 오르게 한 요소다. 범인의 정체도 이야깃거리다. 만약 영미권 미스터리만 읽은 사람 백 명과 일본 미스터리만 읽은 사람 백 명이 범인 맞추기 대결을 한다면 후자 그룹에서 정답자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