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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Jun 12. 2022

요리사들, 미스터리의 재료가 되다.

요리사가 너무 많다(1938) 렉스 스타우트

[세계 추리문학전집] 22/50


달거나 짜거나 혹은 쓰거나. 종류도 다양하며 수반하는 이미지 또한 복잡다단한 미각은 오감 중 추리소설과 가장 잘 어울리는 감각이다. 환희부터 절망까지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내포하는 온갖 감정의 층위를 시각이나 후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또한, 생과 바로 맞닿아있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음식과 살인이 소재로 만날 때 소설은 강렬함을 발산한다. 직접 요리책을 낼 정도로 맛에 일가견이 있었던 렉스 스타우트의 『요리사가 너무 많다』는 제목처럼 식탁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문의 살인을 해결하는 '요리 미스터리'다.



5년에 한 번 열리는 최고 요리사 정기 회동 참석을 위해 '레 깽스 메트르', 즉 15명의 장인 중 현재 생존해 있는 12명이 웨스트 버지니아의 한 호텔에 모인다. 이 중 필립 라스지오는 적이 많은 인물이다. 다른 요리사의 제자, 아내, 조리법을 훔친 공공의 적이다. 두 주인공인 탐정 네로 울프와 조수 아치 굿윈은 너무도 태연하게 그가 모임에서 살해당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놀라운 점. 그런데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실제 라스지오는 소시지처럼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러나 탐정은 범인을 잡기 위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연회에 초대되어 온 것인지 일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탐정은 사건에 아무 관심 없다고 공언한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물론 결론은 명쾌한 사건 해결이다. 시종일관 심드렁한 태도를 유지하지만. 먹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을 매우 싫어해 140킬로그램에 도달한 울프의 외양은 이러한 수동적 특성과 부합한다. 항상 투덜대는 조수 아치 굿윈. 역시 다른 추리소설 속 충실한 탐정의 조력자와 상반되는 인물이다. 울프-굿윈 콤비의 개성과 매력은 겉으로 드러나는 뚱한 태도와 높은 실제 능력치 사이의 거리감에서 온다.


네로 울프는 고전 탐정의 전형성을 갖춘 히어로는 아니다. 안티히어로다운 스타일리시함도 없다. 평범해 보이는 그는 필요할 때 한정 번득이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남다른 직관을 바탕으로 정황과 증거를 조합해 가설을 세우고 입증한다. 친절하게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불필요한 설명을 모두 생략하여 날카롭고 직선적으로 결론을 향해 내달린다. 작품에는 요리사, 초대 손님, 직원 등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작가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완벽한 요리, 즉 읽는 맛 나는 소설을 완성했다. 풍부한 입담과 왁자지껄한 농담은 양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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