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경관(1968) 마이 셰발, 페르 발뢰
눈과 겨울의 대륙 북유럽은 범죄 소설의 왕국이기도 하다. '유리 열쇠상'은 북유럽 5개국 작가가 쓴 가장 뛰어난 추리소설을 선정한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이 지닌 고독하면서 신비로운 이미지와 범죄 소설의 장르적 오라가 만났다. 이 때문에 역대 수상작은 미스터리 팬이라면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매력적인 리스트로 손꼽힌다. 상은 1992년 제정되었다. 그전의 연도별 수상 작품을 늦게라도 선정한다면 첫 번째로 꼽을 해는 1968년이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형을 제시한 '부부 작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가 『웃는 경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965년부터 매년 하나씩 총 열 편이 나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최고작인 이 책은 비 오는 겨울밤의 스톡홀름에서 시작된다. 이층버스가 길 위에 멈춰 있다. 안에서 여덟 명의 사망자와 한 명의 중태자가 발견된다. 형사 스텐스트룀도 버스에 죽음을 맞았다. 스웨덴 최초의 대량 살해 사건은 전 사회에 충격을 안긴다. 스텐스트룀의 상사인 마르틴 베크와 수사팀은 비밀을 밝혀야 한다. 한 명으로 추정되는 범인은 왜 기관단총으로 예순일곱 발을 난사했을까? 참변을 당한 승객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스텐스트룀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있잖아요. 나는 짭…… 경찰이 이렇게 멋진 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사망자 신원 확인 중에 '금발의 말린'이 한 말이다. 실제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경찰들에게는 품위가 있다. 지적이며 농담을 즐긴다. 천재 탐정보다는 성실한 경찰 공무원에 가까운 그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발휘한다. 최선을 다해 서로 신뢰하고 협업한다. 조각조각 모은 노력이 결실을 보아 사건은 해결된다. 평범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감정이입하며 읽기 좋은 이유다. 베크 '경관'이 처음으로 '웃는' 마지막의 실소 역시 일상의 아이러니와 닮았다.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모습과 공중전화 사용 등 몇 가지 시대적 풍경과 특징을 가리면 『웃는 경관』은 최근작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장르 소설의 과장을 쳐내고 사실적인 수사 디테일과 인물 심리 묘사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당시 범죄물로서는 흔치 않았던 사회 문제를 향한 비판적 시선을 통해 현실성을 강조했다. 마약, 성범죄, 빈부격차. '선진국 스웨덴'에도 당연히 어두운 이면은 존재했다. 소설을 쓰기 전 기자로 일했던 작가의 경력이 반영된 부분이다. 『밀레니엄』의 스티그 라르손이 그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