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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pr 26. 2020

폭스캐처 - '상처가 덧나는 순간, 터져버린 비극'

[영화 후기,리뷰/미국,실화 스릴러 영화, 넷플릭스 추천/결말 해석]



폭스캐처 (FoxCatcher)

개봉일 : 2015.02.05. (한국 기준)

감독 : 베넷 밀러

출연 : 채닝 테이텀, 스티브 카렐, 마크 러팔로, 안소니 마이클 홀, 시에나 밀러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브렛 라이스, 마크 슐츠


아물지 못한 상처가 덧나는 순간, 터져버린 비극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폭스캐처’

폭스캐처는 재벌가문의 존 듀폰과 마크 슐츠와 데이브 슐츠라는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아주 진중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결핍을 가진 인물, 인정받고 있는 인물, 그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인물. 각기 다른 인물들이 부딪히며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이 모여 결말을 만든다. 개인적으론 마크 러팔로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헐크’로 익히 알고 있는 그 배우 말이다. 



‘금메달’이라는 여우를 사냥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존 듀폰과 그가 내려준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마크. 주체적인 삶을 살며 동생을 사랑하는 형 데이브. 세 인물의 미묘한 심리 변화가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폭스캐처 시놉시스 


전미를 뒤흔든 충격적 살인사건, 그날의 미스터리가 밝혀진다!


레슬링 선수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금메달리스트이자 국민적 영웅인 친형 데이브 슐츠(마크 러팔로)의 후광에 가려 변변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미국 굴지 재벌가의 상속인인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는 자신의 레슬링 팀, ‘폭스캐처’에 합류해 달라고 제안한다. 선수로서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한 마크는 생애 처음으로 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폭스캐처 팀에 합류하고 존 듀폰을 코치이자 아버지처럼 따르며 훈련에 매진한다.  하지만 기이한 성격을 지닌 존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둘 사이에는 점차 균열이 생기고 존이 마크의 형인 데이브를 폭스캐처의 코치로 새롭게 초청하면서 세 사람은 전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같은 대학, 같은 운동 종목, 같은 성을 가진 형제 마크와 데이브. 둘은 레슬링 선수다. 하지만 마크는 데이브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다. 마크는 데이브가 하기로 했던 초등학교의 강연에 대신 출강한다. 보수는 20달러. 일당을 계산해 주는 직원은 마크의 이름도 모른다. 마크와 데이브는 서로의 연습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사실 데이브가 마크를 데리고 연습한다는 일방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마크의 입장에서)


데이브는 안정적인 가정을 이뤘고 마크에 비해 유명세도 높으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마크는 가정을 이루지도 못했고 사회적 유명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릴 때부터 이사를 자주 다니며 사회성을 기를 기회도 부족했던 슐츠 형제. 마크에게선 그 불안감이 더 깊게 느껴진다.



형인 데이브는 동생인 마크를 아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형의 그늘에 가려진 마크는 열등감과 옅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데이브와의 연습을 마치고 자신의 얼굴을 강하게 때리는 마크. 마크는 경기에서 지거나, 자신이 졌다는 생각이 들면 자해를 한다. 지면 안된다는 압박감과 자신이 졌다는 분노에 못 이겨 자해를 하는 것이다. 


분노와 열등감에 사로잡힌 마크의 앞에 나타난 새로운 기회. ‘존 듀폰’과의 계약.

존 듀폰은 미국의 재벌가인 ‘듀폰 가’ 사람으로 화학 부문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부를 축적하고 있는 인물이다.

존은 마크와 데이브를 자신의 팀 ‘폭스캐처’에 영입하고 싶어 하지만 데이브는 가족을 이유로 제안을 거절한다. 



이제 그늘을 벗어날 때야


마크는 2만 5천 달러라는 큰돈을 제안받고 존과 계약을 하게 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받았던 강연료 20달러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돈. 마크는 드디어 데이브의 그늘에서 벗어나는듯하다.




‘세계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
‘대우받아야 할 사람을 대우하지 않는 건 큰 문제지’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마크와 그의 야망을 인정해 주는 듯 대답하는 존. 마크는 일등석 비행기를 타고 엄청난 연봉 협상을 제안받는다. 이제 존의 서포트를 받으며 최고의 선수가 되는 일만 남았다. 



존은 세계 최대 화학 기업의 재벌가 출신이다. 처음엔 마크의 훌륭한 스폰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이 인물이 보면 볼수록 쎄하다. 마크는 존이 마련해 준 집에 살면서도 존의 어머니인 ‘듀폰 여사’의 눈엔 띄면 안 되고 식사 초대가 없는 이상 별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지켜야 한다.

멍한 눈빛과 건조한 표정. 그저 차가운 재벌가의 인물..이라기엔 왠지모를 찝찝함이 느껴진다.



존은 어머니인 ‘듀폰 여사’에게 인정받지 못하며 자랐다. 듀폰 여사는 존에게 레슬링이 천박한 스포츠라고 말한다. 존은 트로피 장식장에 있는 승마 트로피들을 치우며 ‘동물 위에 앉은 게 뭐가 대단하냐’며 승마를 욕한다. 그러고는 장식장에 마크가 따온 메달을 장식한다. 존은 마크의 메달을 들어 올리며 ‘우린 여우를 잡았어’하고 기뻐하며  더 많은 여우를 잡길 바란다.



존은 ‘북동부의 새들’이라는 책을 쓰고 새 박제 모형을 집에 전시한다. 특정 대상(새, 메달, 버리지 못하는 어린이 기차)에 집착하는 모습이 약간 강박증 또는 애정결핍이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존은 마크를 선수로서 성장시키면서도 데이브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 아쉬운 듯 데이브를 바라본다. 그리고 결국 데이브를 폭스캐처에 데려오는 것에 성공한다. 마크는 데이브의 팀 합류가 못마땅하다. 데이브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하고 데이브가 왔지만 나가보지 않고 문의 상단부만 열어 거리를 둔 채 얘기한다.

마크는 데이브의 존재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내가 알아서 해


마크는 데이브와 함께 훈련하는 것도 거부했고 자신을 감싸주는 데이브의 손길도 무시해버렸다. 그리고 올림픽 선발전 날. 1차 패배를 한 마크는 미친 듯이 폭식을 하며 자해를 하다 지쳐 쓰러진다. 혼이 나간 마크의 뺨을 때린 데이브는 ‘넌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하며 마크의 등을 두드려준다.


그리고 마크에 대해 따지는 존과 언쟁을 벌인다. 마크는 그렇게 데이브의 진실된 마음을 느꼈고 88년 올림픽이 끝나자 폭스캐처에서 나가기로 결심한다. 데이브는 자리 잡은 가족과 생계를 이유로 폭스캐처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하지만 마크가 폭스캐처에서 나가더라도 마크를 케어해주는 것으로 존과 협의를 보려고 한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존의 어머니 듀폰 여사. 존은 어머니의 말들이 있는 마구간으로 간다. 조용히 말을 바라보던 존은 문을 열어 말들을 모두 풀어준다. 마치 자신을 누르고 있던 어머니라는 존재에게서 해방됐음을 확실히 하듯이 말이다.




듀폰 여사는 죽기 전까지도 아들의 레슬링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폭스캐처 팀의 연습 현장에 나타난 듀폰 여사. 존은 선수들을 밀집시키고 자신이 직접 레슬링 시범을 보이지만 듀폰 여사는 마치 보면 안 되는 것을 본 듯 바로 연습장을 나가버린다.



존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가 없었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듀폰 여사의 운전기사 아들 ‘휴비’였는데 10살이 넘어 알았지만 휴비는 듀폰 여사에게 돈을 받고 존에게 친구 행세를 해준 것이었다. 



대우받아야 할 사람을 대우하지 않는 건 큰 문제지


어린 시절부터 느껴온 자신을 무시하는 눈빛과 인정받지 못한다는 현실. 주변 환경은 존에게 깊은 상처를 만들었고 그 상처는 존이 어른이 되어도 여전했다. 이 대사는 마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며 자신을 무시했던 다수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올림픽 선발전이 끝나고 제작된 존의 레슬링 코칭 다큐멘터리. 주인공은 마크와 코치였던 존과 데이브였다.

정해진 대본으로 진행되는 인터뷰. 마크는 존을 ‘아버지’라 칭하고 존은 ‘폭스캐처의 정신은 스포츠 그 이상’이라며 거짓을 술술 늘어놓는다. 좋은 선수들을 지원하고 그들을 케어하며 키워낸다는 존. 하지만 존은 그저 선수들에게 돈을 줄 뿐 훌륭한 코치는 아니었다. 데이브는 마크에게 혼자가 아니라며 그의 등을 두드려줬고 존은 자신이 선수들의 아버지이자 스승이며 인생을 좌우할 힘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어지는 데이브의 인터뷰. 데이브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지시대로 존이 자신의 멘토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카메라를 한 번에 응시하지 못한다. 



88년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한 마크. 마크는 폭스캐처를 떠난다. 방에 홀로 앉아있는 존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엔 마크의 가짜 대본으로 이루어진 연설과 존의 인터뷰가 재생된다.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갑자기 외출을 준비하는 존 



존은 데이브를 찾아갔고 데이브에게 총을 겨눈다. 


나한테 불만 있어?


존은 그렇게 데이브를 살해한다. 존은 왜 데이브를 죽였을까? 존은 데이브에게 묘한 이질감과 열등감을 느꼈을 것이다. 엄청난 재벌가의 핏줄이지만 존은 자신을 진심으로 인정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어머니마저 존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존에게 호의를 베푸는 건 그저 그의 재력과 ‘듀폰 가’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하지만 데이브는 그 무조건적인 호의가 아닌 처음으로 자신과 이견을 제시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폭스케처에 들어오는 것을 거절했었고, 마크를 중심에 두고 약간의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갖지 못한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을 받고 있는 데이브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자신과 부딪힌다는 이질감. 그걸 느끼는 순간 존은 폭발해버린다. 불안한 정신 상태를 가진 존은 그렇게 우발적으로 데이브를 살해했을 것이다. 



상당히 충격적인 결말이다. 차라리 존이 자살을 택하거나 도망을 가거나 데이브에게 위로를 받았다면 좋았을 텐데..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데이브의 존재가 서글프고 그의 청춘이 아쉽다.

존은 2010년에 감옥에서 사망했다는데 사실 그도 데이브를 죽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을듯하다. 



서로 다른 세 인물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균열은 대지진을 일으킨다. 폭스캐처는 ‘결핍’에서 오는 강박과 열등감 그리고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예민하고 건조하다 못해 쩍쩍 갈라지는듯한 분위기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것이 실화인가 의심스러울 만큼 극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 <폭스캐처>, 슐츠 형제와 존 듀폰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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