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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y 27. 2021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 '까칠한 할머니의..'

[영화 후기,리뷰/왓챠, 프랑스, 힐링 영화 추천/결말 해석]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Paulette)

개봉일 : 2015.08.13 (한국 기준)

감독 : 제롬 엔리코

출연 : 베르나데트 라퐁, 카르멘 마우라, 도미니크 라배넌트, 프랑수아 베르탱


까칠한 할머니의 뿅 가는 손맛


"나이 먹는 데 보태준 거 있어?"

할머니라고 무시하는 젊은이에게 당당하게 중지를 치켜올리는 이 할머니의 이름은 폴레트다.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베이커리를 운영하던 폴레트는 파이 만들기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뛰어난 베이킹 실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후, 베이커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은퇴의 길을 걷게 된다.


한 달에 600달러, 폴레트에게 지급되는 연금의 액수다. 아무리 홀몸이라지만 600달러라니.. 말라가는 경제 사정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잃은 폴레트는 점점 더 까칠한 할머니로 변해간다. '까칠하고 나쁜 할머니'가 된 폴레트는 괜히 사위와 손자를 미워하게 되고 자신의 딸마저 잘 챙기지 않게 된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이 우악스레 쓸어 담은 상한 채소와 과일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폴레트는 수상한 거래 현장을 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루하거나 팍팍한 노년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폴레트는 아주 파격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노년을 바꿔간다. 슬프고 우울한 노인의 이야기가 아닌, 새로운 방면으로 나빠진, 거친 노인의 이야기가 경쾌하게 펼쳐진다.


일단 이 영화의 첫 번째 장점은 '재미'다.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재밌다'. 프랑스의 욕쟁이 할머니 같은 매력 넘치는 주인공 폴레트와 곳곳에 위치해있는 작은 웃음 포인트들이 피식- 웃음을 짓게 만든다. 현실과 재밌는 동화의 사이에 위치한 얇은 줄을 타고 있는 듯한 분위기 또한 이 영화의 매력이다. 프랑스 영화가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가 마음에 꼭 들것이라 생각한다.


폴레트가 보게 된 수상한 거래 현장엔, 그녀가 열게 된 수상한 베이커리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그녀의 비밀 이야기를 함께 즐겨보시라.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시놉시스


한때 잘나가는 제빵사로 남편과 함께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살던 폴레트는 1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외로이 살고 있다. 흑인 사위를 얻게 되면서 딸과도 사이가 냉랭해졌고, 손자 레오도 영 탐탁지가 않다. 게다가 한 달에 600유로에 불과한 노후 연금으로 살아가기가 여간 팍팍한 게 아니다.


외롭고 궁핍한 생활에 지쳐 가족과 이웃에게 가시 돋친 독설을 퍼붓기 일쑤인 폴레트. 어느 날 동네에서 수상한 거래를 목격 중이던 폴레트의 무릎에 소포 상자 하나가 우연히 떨어지고, 상자 안의 물건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을 재껴놓고 시식용 치즈를 잔뜩 집어먹고, 하자가 있는 야채를 우악스레 주워 담는 이 예민해 보이는 할머니의 이름은 폴레트다. 폴레트는 10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남편 다음으로 소중했던 베이커리마저 닫게 된 후, 삶의 행복을 잃는다.


"35시간씩 일하다가 60세에 은퇴하라고?"


아직 몸도 멀쩡하고 빵 만드는 법도 모두 기억나는데 은퇴라니. 여전히 베이킹이, 일하는 것이 좋은데.. 폴레트는 베이커리 자리에 들어선 식당 주인을 탓하며 아쉬움을 달래본다. 좋아하는 일과 경제적 능력을 잃은 장년의 삶은 생기 없이 팍팍하기만 하다.


                                                                       

뭘 거래하는 거야?


상한 야채를 가득 담고 집으로 돌아오던 폴레트는 아주 우연히 마약 밀매 조직의 거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거기에 운명처럼 폴레트의 품속에 폭-안긴 그들의 물건. 그날부터 월 600달러를 받으며 압류 딱지가 붙은 집에 살던 할머니 폴레트는 송아지 가죽 재킷과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는 판매왕 할머니로 변한다.


“누가 할머니를 의심하겠어?”라는 고객들의 믿음을 등에 업은 그녀는 이 구역의 신흥 판매왕으로 떠오른다. 원래 그 지역에서 약을 팔던 청년들은 폴레트를 견제하지만 폴레트는 기죽지 않고 판매를 이어나간다. 거기에 대마초 조직을 수사하는 경찰이 그녀의 사위라니. 대놓고 마약을 들고 다닌다 말해도 사위는 껄껄 웃을 뿐 마약 위에 얹어진 브로콜리를 들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장사가 잘 될수록 비토는 폴레트에게 더 많은 양의 마약을 맡기고, 어쩌다 보니 만들게 된 뿅 가는 맛의 빵들은 새로운 유행을 만들며 폴레트의 지갑을 넉넉하게 만들어준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는 경찰들만 모르는 이 구역의 맛집이 된다. 경제 사정이 좋아진 폴레트는 3D TV를 현찰 박치기로 구매하고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다.



딸과 손자에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괜찮아”라는 말과 언제 마지막으로 지어봤는지 모를 웃음. 폴레트는 이제야 딸 아녜스와 손자 레오에게 눈을 맞춘다. 오랜 시간 폴레트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온 아녜스는 폴레트에게 바로 마음을 열지 못하고, 폴레트는 “엄마 돈은 필요없다”며 거절하는 딸의 말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할머니 웃으니까 행복해 보여요.
왜 사람들에게 못되게 굴어요?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에서 가장 순수한 인물은 (당연하겠지만) 폴레트의 손자 레오다. 매일 구박하고 못되게 구는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할머니니까 당연하죠."라고 말하는 아이의 말에 녹지 않을 할머니가 어디 있을까.


폴레트가 마약을 뺏기고 얼굴에 여러 개의 상처를 달고 돌아왔을 때, 폴레트의 멍을 처음으로 본 사람은 딸 아녜스나 그녀의 친구들이 아닌 레오였다. 거친 폴레트의 말투 안에 숨겨져있던 상처와 폴레트조차 잊고 있었던 웃음과 행복을 찾아준 것 또한 레오였다. 레오는 폴레트가 다시 누군가를 “보고싶다”고 생각하게 만들고, (마약 빵이지만..) 잊고 있었던 베이킹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어준, 이 이야기의 진정한 히로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데 다 잊고 살았구나.


폴레트는 레오와 친구들을 데리고 아주 오랜만에 여행을 떠난다. 광활한 바다, 좋은 호텔.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 그녀는 현실에 치여 잊고 있었던 웃음과 행복을 되찾는다. 마약을 파는건 분명한 범법행위지만 유쾌하게 표현된 이 상황을 계속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녀와 친구들을 조금 응원하게 됐다. 폴레트와 친구들의 석방을 바라며 시위를 하던 영화 속 시민들처럼 말이다.



경제적으로 대성하지 못했던 평범한 노인의 삶이란 조금 우울할지도 모른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고, 매달 지급받는 연금의 금액은 터무니없다. 거기에 먼저 떠나버린 반려자와 고군분투하며 넉넉지 못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딸. 젊은 시절을 행복하게 했던 모든 걸 빼앗겨버린 할머니의 삶을 다시 즐겁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 딱 떠오르는 것이 없는 게 사실이다.


마약 판매라는 비현실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이 까칠한 할머니가 웃음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보는 게 그저 즐거웠다. 욕만 가득 쏟아내던 할머니가 장난감 총을 들고 강한 할머니가 되어 손자를 구하러 가다니..!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되찾고 그것을 그리워하며 다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기까지. 그 모든 과정이 거침없이 유쾌하고 또 발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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