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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y 21. 2020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 '푸른빛으로 그려낸..'

[영화 후기,리뷰/스칼렛 요한슨, 콜린퍼스 로맨스 영화 추천/결말 해석]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개봉일 : 2004.09.03. (한국 기준)

감독 : 피터 웨버

출연 : 콜린 퍼스, 스칼렛 요한슨, 톰 윌킨슨, 주디 파핏,

킬리언 머피, 에시 데이비스, 조안나 스캔런, 알라키나맨


푸른빛으로 그려낸 농염한 시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 소녀는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고도 불릴 만큼 유명하지만 인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남아 있지 않다. 실존 인물의 초상화인지 특징적인 분장과 표정을 바탕으로 그려낸 상상 속 인물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묘한 매력을 가진 그림을 두고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영화는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1665년 네덜란드 델프트 마을에 살고 있는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와 그의 집 하녀로 일하게 된 ‘그리트’의 조용하고 절제된 속삭임이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이 영화 속 세계는 강력한 사랑의 표현도 커다란 사건도, 눈에 띄는 문제점과 자극적인 불륜도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다. 하지만 반복해서 재생되는 오묘한 메인 음악과 콜린 퍼스, 스칼렛 요한슨의 눈빛이 영화의 분위기를 농염하게 만든다.



보통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배우를 얘기하면 가장 먼저 박력, 섹시함, 액션 연기, 허스키하고 독특한 목소리, 발랄함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근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의 스칼렛 요한슨은 위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허스키하고 독특한 목소리 대신 망설임이 가득 담긴 여린 목소리와, 쿨하고 발랄한 표정 대신 무표정 또는 눈썹을 찡그릴 뿐이다. 주로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딴판이지만.. 스칼렛의 연기는 아름다운 그 소녀에 대한 상상과 잘 맞아떨어진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시놉시스


“더 이상 감추지 말아요”


아름다운 유화 뒤에 가려진 치명적인 사랑!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속

소녀의 아름다운 두 눈과 보일 듯 말 듯한 불가사의한 미소에 가려진 사랑과 억압.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 주인과 하녀가 화가와 뮤즈가 되기까지.

걸작이 된 그들의 사랑은 닿을 수 있을까…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두건을 둘러쓴 채 주인이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집안일을 해야 하는 하녀. 여성이 남성에게, 평민이 상층민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했던 그 시대에 여성이자 하녀였던 그리트는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베르메르의 집에서 묵으며 다른 하녀 테네케와 매일같이 빨래와 청소를 하며 지내는 그리트.  집안을 관리하는 것은 하녀들의 몫이었지만 베르메르의 집엔 유일하게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방이 하나 있었다. 베르메르의 작업실이자 아내 카타리나의 장신구가 보관되어 있는 중요한 그 공간에 처음 들어선 그리트는 잠시 넋을 놓은 채 베르메르의 그림과 화구들을 구경한다. 카타리나의 재촉에 정신을 차린 그리트는 덧문을 열며 청소를 시작한다.



 장을 보러 간 테네케와 그리트.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는 피터는 그리트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하고 만다. 피터는 그리트의 웃음을 보고 싶다며 빚진 웃음을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담고 다가오는 피터가 싫지 않았는지 그리트도 피터의 마음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트가 피터에게 마음을 열어갈 때쯤 주인인 베르메르의 존재가 조금씩 명확하게 그리트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창문을 닦고 있는 그리트에게 영감을 받은 베르메르는 곧바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불분명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주인’이라는 존재가 그리트에게 말을 걸고,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영화엔 야릇한 분위기가 흐른다. 어둠상자를 통해 같은 그림을 함께 바라보는 특별할 것 없는 그 순간이 어쩜 그리 심장을 세게 두드렸는지 모르겠다. 




구름에도 색이 있네요


베르메르는 그리트를 자신의 화실에 자주 들이게 된다. 처음엔 물감을 부탁하고 그다음엔 함께 물감을 섞고 조금 더 나아가선 그리트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트는 베르메르와 그의 화실, 그림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화실의 창문을 닦기 전 카타리나에게 ‘화실이 밝아질 것 같아서 창문을 닦아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베르메르가 구름의 색을 묻자 한참을 관찰하더니 구름에 담긴 다양한 색깔을 알아챈다. 그리트가 아내인 카타리나보다 베르메르의 그림과 미술에 대한 더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카타리나는 그리트가 글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비하하지만 어쩌면 베르메르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아내보다 자신의 그림의 영감이 되어주는 그리트에게 새로운 매력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트가 동그란 토끼 눈을 한 채 처음 화실에 들어섰을 때, 베르메르의 모델 역할이 되어주는 마네킹을 훑어보던 그리트는 마네킹 옆에 서본다. 그리고 거울엔 마네킹과 그리트가 함께 비친다. 그리고 그리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네킹을 대신할 베르메르의 모델이 된다. 



베르메르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그리트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라이벤이 말하는 ‘주인과 하녀’사이의 뻔한 욕망의 감정이 아닌 부드럽고 절제된 사랑의 감정을 말이다.



라이벤은 델프트 내에서 유명한 부자이면서 베르메르의 그림을 사들이는 후원자다. 라이벤이 말하는 ‘주인과 하녀’의 사이라는 건 일방적이고 폭력에 가까운 행위로 가득차있다. 그리트가 심부름을 위해 라이벤의 집에 방문했을 때 라이벤은 ‘포토주잔을 든 처녀’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그리트에게 ‘이 화려한 세상이 부럽지 않느냐?’고 묻는다. 단면적으로 보면 하녀의 신분인 소녀에게 아름다운 원피스를 입혀주고 기념적인 그림의 모델이 되게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녀의 붉고 아름다운 원피스는 베르메르가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도 전에 전부 벗겨졌고 그림이 마르기도 전에 아이를 품게 된다. 소녀는 아름다운 그림 속 모델이 아닌 라이벤의 더러운 욕구의 피해자가 된다. 



베르메르의 장모는 베르메르의 그림을 팔기위해 라이벤을 다시 저녁식사에 초대하는데, 그 자리에서 라이벤은 그리트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자신의 그림에 선술집 여성으로 그리트를 함께 그릴 것을 요구한다.


그리트가 라이벤의 그림에 함께한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그리트가 그림의 모델이 된다면 라이벤에게 어떤일을 당할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베르메르는 돈을 벌기위해 라이벤의 요구에 맞춰 그림을 그려야했지만 갖은 노력을 통해 그리트와 라이벤을 같이 앉지 않는 조건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베르메르는 그리트를 자신의 화실에 앉혀두고 그리기 시작한다. 베르메르의 장모는 그리트를 그린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베르메르의 그림을 팔기 위해 카타리나 몰래 그리트에게 진주 귀걸이를 전해준다.



카타리나의 진주 귀걸이를 하기 위해 그리트는 귀를 뚫어야 했다. 베르메르의 손에 쥐어진 바늘이 얕은 촛불에 달궈지고 베르메르와 그리트의 간격은 한없이 가까워진다. 귀에선 붉은 피가 흐르고 그리트의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베르메르는 말없이 그리트의 피와 눈물을 닦아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숨죽이게 되는 장면이다. 그리트의 두건을 벗은 모습을 본건 피터가 아닌 베르메르였고 그의 말에 따라 그리트는 파란 천을 다시 둘러쓰고 단 하나뿐인 그림의 주인공이 된다. 



카타리나는 그림의 존재를 알고는 자신도 그림을 봐야겠다고 화를 낸다. 천에 덮여있던 그림은 비난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음란했다. 베르메르가 그린 그리트 초상화엔 절제되었던 욕망과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고 카타리나 또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트는 그림을 들킨 날 바로 베르메르의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리트의 집에 찾아온 타네케는 네 것이라며 천으로 싼 물건을 하나 전해주고 간다.


그 속엔 파란 천과 진주 귀걸이가 들어있었다. 베르메르가 사랑했던 흰색과 파란색의 천, 그의 아내가 썼던 진주 귀걸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느낌이 드는 물건들이었지만 그리트에겐 아슬하고 날카로운 애정의 기억으로 남을 물건들이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 그리트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의 흔들리는 눈빛과 절제된 사랑의 감정을 마구잡이로 분출하지 않으며 여운이 남을 만큼만 깔끔하게 흘려보낸 콜린 퍼스의 연기가 인상 깊은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명화에 얽힌 여러 사람들의 상상이 합쳐져 만들어진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사랑의 이야기. 빠른 템포도 아니고 긴장감이나 반전 등 심장을 격하게 뛰게 만드는 요소는 없지만 모든 순간이 명화 같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베르메르가 사랑했던 흰색과 파란색이 마음을 천천히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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