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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r 06. 2022

배트맨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완벽한 배트맨 영화

영화 <더 배트맨> 완벽 정리 리뷰 / 개봉, 신작,히어로 액션 영화추천


뱉친자(더 배트맨에 미친자)가 전하는 <더 배트맨> 리뷰, 줄거리와 비밀,
캐릭터와 결말 해석까지! <더 배트맨> 완벽 정리!



더 배트맨 (The Batman, 2022)

“배트맨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개봉일 : 2022.03.01.

감독 : 맷 리브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제프리 라이트, 콜린 파렐, 피터 사스가드, 존 터투로

쿠키영상 : 1개

개인적인 평점 : 4.5/5


더 배트맨 줄거리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무려 세 번째 리부트 작품이자 배트맨의 또 다른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 <더 배트맨>이 드디어 개봉했다. <스파이더맨>이 리부트 될 때마다 생각했던 것처럼 처음 본, 나의 첫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내 최고의 배트맨일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는데 <더 배트맨>을 보면서 그 믿음이 깨져버렸다.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밀렸다는 건 아니고,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이 또 내 마음속에 살포시 안착했다는 거다.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모습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여전히 로버트 패틴슨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남주,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나온 세드릭…으로 기억하는 관객들이 꽤 많다. 나 또한 2년 전쯤까진 로버트 패틴슨이 그간 다양한 필모를 쌓아왔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파격적인 금발 스타일도 멋지게 소화했던 영화 <굿 타임>, 데인 드한과 함께 인생을 담아내는 진실한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을 연기한 영화 <라이프>, 윌렘 대포와 함께 제대로 된 광기를 보여줬던 충격적인 영화 <라이트하우스>, 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매력을 최대로 끌어냈던 <테넷>까지.


매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던 이 배우가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를 연기하게 된다는 소식 자체만으로도 기대감과 궁금증이 끓어올랐다. 과연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로버트 패틴슨의 이미지가 배트맨과 부합할 것인가. 싶었는데 이 모든건 기우였다. <더 배트맨>을 통해서 알았다. 로버트 패틴슨의 하관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거기에 코믹스에 나오는 배트맨의 옆모습과 그의 옆모습은 상상 그 이상으로 싱크로율이 높다.



<더 배트맨>의 강점


같은 주인공과 배경을 활용한 시리즈물을 ‘이전과 다르게’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더 배트맨>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 영화는 지금껏 보아온 배트맨 시리즈 중에 가장 박력이 넘친다. 웅장한 OST, 위엄이 느껴지는 배트맨의 발걸음, 어둠과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색, 속도감을 제대로 담은 카 체이싱 장면과 명암, 가까운 거리에서 오는 타격감을 제대로 활용한 액션신들. 분명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액션신들이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더 배트맨>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설정


<더 배트맨>은 역대 배트맨 시리즈 중에 가장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더 초췌하고 지쳐있으며 예상외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영화에 나오는 고담시는 그 어느 때보다 눅눅하고 어두우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히어로물보단 추리+누아르물에 가깝다. 어두침침한 배경이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러닝타임은 역대 배트맨 영화 중 가장 긴 176분이다. 가볍게 찾아볼만한 히어로물의 조건을 과감하게 제외한 이 영화는 히어로로서의 활약하는 배트맨의 모습보단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의 간격, 밝혀진 진실과 지금껏 믿어왔던 것의 괴리감 사이에서 고민하고 변화하는 배트맨의 모습에 무게를 둔다.


영화의 시점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한지 약 2년이 지난 시기다. 브루스는 악당들을 처치하는 게 아버지가 남겨준 ‘웨인 가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며, 밤낮을 바꾼 채 그림자처럼 고담시를 배회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도시는 더 썩어들어가기만 하고, 급기야는 시장 선거를 앞두고 ‘리들러’라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브루스는 배트맨을 자경단이라 칭하며 배척하는 경찰들 사이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다.



곪아버린 도시. 두 개의 복수심


배트맨의 첫 등장 후 잠시 줄었던 범죄율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시장의 뒤에 있었던 마피아 팔코네와 그 밑으로 쭈욱 이어져있던 부패한 경찰, 정치인들. 복수심 하나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힘든 싸움이다.


브루스가 한껏 지쳐있던 타이밍에 등장한 리들러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의를 추구해간다. 두 사람은 배트맨과 리들러라는 가면을 통해 얻은 새로운 인격으로 각자의 정의를 행한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 해도 죽는 게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리들러가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에 조금씩 수긍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리들러의 행동마저 ‘괜찮은 것’이라고 일부 인정하게 될 만큼 고담시의 상태는 정말 처참했고 브루스는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다.


복수와 정의 그 사이에서


이 영화보다 앞선 타임라인을 그린 <배트맨 비긴즈>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된 이유는 표면적으론 ‘도시를 위협하는 악당을 소탕하는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의 과거를 파고 들어가 보면 그의 주된 목적은 ‘악을 처단하는 것’, ‘악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선을 행하다 도둑의 총에 부모님이 피살당하고, 범인이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는다는걸 알게 된 순간부터 브루스는 악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그는 레이첼과 알프레드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배트맨이 되지만 진정한 히어로로서의 자세를 갖게 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배트맨>에 나오는 브루스는 딱 이러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보통 직장도 2-3년쯤이 가장 권태로울 때인것처럼 그 또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가 있을까?”고민하기 시작한 거다. 분명 범죄자들을 잡는 게 내 일, 가족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시간을 투자했는데 도시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본인의 마음 또한 전혀 편안하지 않다. 네 정체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복수다.”라고 낮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선 정의감보단 진한 분노, 권태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면 그저 온갖 감정에 찌들어 지친 사람 같기도 하고 말이다.


브루스는 매일같이 정의를 행한다며 사용했던 복수라는 단어와 복수심이란 감정이 자신의 마음에, 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제는 복수심과 분노를 극복하고 도시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캐릭터 해석



브루스 웨인 / 배트맨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트맨으로서 살아온 웨인가의 유일한 상속자다. 이사진들은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는 브루스의 자리를 노리고 있으나 그는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삶보다 배트맨의 삶에 집중한다. 정확히는 악에 복수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브루스 웨인을 연기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은 자신이 생각한 배트맨을 ‘브루스 웨인이 아닌 배트맨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 ‘그는 그날 밤(부모님이 죽던 날)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딱 그의 말대로 브루스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던 그날 밤에 머물러 있으며, 그때 잡지 못했던 강도를 대신해 고담시에 널린 악당들을 찾아 복수를 하고 있는 거다.


<더 배트맨>에 나오는 브루스 웨인은 다른 시리즈에 나온 브루스 웨인에 비해 유난히 지쳐 보이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유심히 생각해 봤는데, 이번 브루스 웨인은 흘러내린 검은 눈 화장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배트맨의 가면 속 검은 눈 화장을 다룬 영화는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땀과 함께 눈 한참 아래까지 흘러내린 검은 눈 화장을 보고있으면 그가 배트맨이기 전에 브루스 웨인이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브루스는 아직 완전한 배트맨이 되지 못했다. 그는 대부분의 전투를 맨몸으로 부딪히고, 비행 장면에선 어리숙하고 겁을 내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배트맨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두 개의 신념을 두고 중심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악에게 복수하는 것과 아버지처럼 악으로부터 고담시를 지키는 것. 영화 초반의 배트맨은 전자에 가까웠다면 영화 후반의 배트맨은 후자에 가까워진다.



리들러


이번 영화에선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빌런 ‘리들러’가 등장한다. (그럴 만도 한 게, 리들러는 조엘 슈마허 감독의 배트맨 포에버(1995) 이후로 실사화 영화에 등장한 적이 없었다.) 영어로 수수께끼라는 뜻의 ‘Riddle’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름 그대로 ‘수수께끼를 내는 빌런’이다. 원작에서도 그렇듯 영화에서도 리들러는 상당히 영리한 인물로 나오며 코믹스의 설정대로 ‘퍼즐을 좋아했다’고 언급한다.


배트맨의 시선에서 보면 리들러가 여러 수수께끼에 집착하며 배트맨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상 리들러와 배트맨은 하나의 진실을 함께 파헤친 셈이다. 숨어있던 쥐, 팔코네를 빛 아래까지 끌고 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을 통해 리들러는 배트맨에게 동질감을 느꼈는지 아캄에 수용된 후 배트맨을 불러 웨인가를 향한 자신의 복수 계획을 말해주기도 하고, 배트맨 때문에 마지막 계획이 틀어지자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리들러는 배트맨과 비슷하게 고아라는 가정사를 갖고 있으나,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브루스가 널찍한 대저택에서 홀로 외로움을 느낄 때 리들러는 30명씩 들어가야하는 바글바글한 방 안에서 추위에 떨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자랐다. 토머스의 죽음 후 방치되었던 웨인가의 고아원에서 말이다. 브루스와 가까운 곳에서 살았지만, 대저택에 사는 아이이자 가장 빈곤한 곳에서 자라온 그의 복수심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둘 사이의 환경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던 장면은 자백(카펫 끌)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 때였다. 브루스는 리들러의 카펫 끌을 그저 ‘범행에 사용된 무기’라고 생각하고, 리들러는 배트맨이 카펫 끌의 용도를 알고 바닥을 드러내 자신의 계획을 발견해 주길 바란다. 이런 도구를 손에 쥘 일이 전혀 없어서인지 브루스는 유일하게 이 힌트만은 스스로 풀어내지 못한다.


리들러라는 캐릭터는 배트맨과 대립하는 빌런이기도 하지만 고담시에서 가장 크게 고통받았던 약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에선 리들러의 범죄를 심판이라고 여기며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과 부패한 고위직들을 욕하는 사람들, 약에 빠진 사람들 등 분노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시민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은 리들러의 추종자가 되어 같은 코스튬을 입고, 총을 들고 부패한 도시를 끝장내겠다는 목표를 공유한다. 사실 리들러는 여러 명인 거다. 리들러가 체포될 때 두 개의 신분증과 함께 경찰들이 “이 중에 누구냐?”라고 묻는 대사가 있는데, 이건 리들러가 ‘여러 사람’임을 뜻하는 게 아닐까


배트맨과 리들러. 두 캐릭터는 똑같이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자라온 환경과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방법이 확연히 다르다. 둘 다 ‘정의를 되살리자’는 궁극적인 목표는 같으나 그 방법이 너무 극과 극이어서 히어로와 빌런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셀리나 / 캣우먼


시리즈를 막론하고 배트맨의 큰 서포터가 되어주는 캐릭터 ‘캣우먼’. <더 배트맨>속 캣우먼은 배트맨처럼 복수심을 원동력으로 움직이는 인물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그 후 복지사들에게 끌려가는 자신을 모르는 척 한 아버지 팔코네에 대한 오래된 복수심, 함께 살고 있던 친구이자 연인으로 추정되는 아니카를 죽게 만든 팔코네에 대한 또 다른 복수심. 본인도 상처를 많이 받아서인지 “불쌍한 것들을 보면 지나칠 수 없다.”고 말하던 셀리나는 역시나 지쳐있는 배트맨의 마음을 단박에 알아챈다.


경찰들이 배트맨 가면 안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궁금해할 때, 셀리나는 가면 아래 무엇을 숨겼냐고 혹시 흉터라도 있는 거냐고 묻는다. 그의 질문은 단순한 ‘얼굴 위 흉터’를 묻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닮은 듯 닮지 않은 두 사람은 결국 다른 길로 향하게 된다.


추가적으로 캣우먼의 설정에서 가장 새로웠던 부분은 캣우먼을 양성애자로 설정했다는 점이 있다. 캣우먼을 연기한 배우 조 크라비츠는 “캣우먼을 양성애자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연급했고, 영화를 보면 그가 아니카를 ‘Baby’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알프레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브루스를 정성껏 보살펴준 웨인가의 집사.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관람한 후 봐서 그런지 영화 초반부엔 알프레드와 브루스의 관계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브루스가 알프레드에게 “내 아버지도 아니면서..”라는 말을 한다거나, 아버지의 커프스를 건네준 알프레드에게 “알프레드도 웨인가 가족이냐”고 묻는 장면을 보면서 이 둘의 사이가 이 정도였나..?싶었다. 배트맨으로 활동한지 2년 차라는 영화의 타임라인을 잠시 잊고 있었기 때문인지 초반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서 브루스가 알프레드를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인연’임을 깨닫게 되고 결국 알프레드가 그의 각성에 한몫을 하게 된걸 보면, 앞으로 이어질 속편에선 더 깊어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영화에선 어린 브루스를 닮은 미첼 시장의 아들이 나온다. 리들러의 첫 살인 대상이자 이번 시장 선거의 후보였던 미첼 시장. 브루스는 사건 현장에서 방 안에 앉아있는 시장의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브루스 또한 미첼 시장의 아들과 같은 일을 겪었다. 시장에 출마한 토머스(아버지). 눈앞에서 목격한 부모의 죽음.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아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브루스의 렌즈에 담긴 영상을 보면 그가 시장의 아들을 꽤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장례식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리들러의 추종자들과의 전투를 마친 브루스는 직접 물에 뛰어들어 시민들에게 향하고, 그가 제일 먼저 손을 내민 인물 또한 미첼 시장의 아들이다.


브루스는 가면을 벗게 된 리들러의 추종자가 “나는 복수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결국 복수는 도시를 변화시키는 게 아닌 붕괴시킬 뿐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질긴 복수의 끈을 끊고, 도시의 희망이 될 시민들의 손을 잡는다. 악당들과 맞서는 게 아닌 시민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앞에 서는 행위 자체에서도 브루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지만, 특히 브루스가 자신과 닮은 어린 미첼 시장의 아들을 구하는 장면은 그가 복수를 꿈꾸던 옛날의 자신을 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여정이다. 반복되는 그날 밤의 기억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복수심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되었던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삶을 잊고 살던 배트맨은 이제 복수가 아닌 희망을 꿈꾼다. 그의 곁엔 소중한 사람도 있고, 새로운 희망이 될 청렴한 시장 벨라 레알도 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토머스는 브루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브루스, 왜 우리가 넘어지는 걸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더 배트맨>에서 브루스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필요한 건 희망이다.
흉터가 남을 수도 있지만 이를 이겨내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두 캐릭터의 대사가 묘하게 이어진다. 브루스는 드디어 희망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 대사가 나오는 순간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진다.



기대되는 속편


들리는 이야기로는 로버트 패틴슨이 워너와 3편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놀란 감독의 트릴로지처럼 <더 배트맨>또한 3부작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속편은 5년 내’에 제작된다는 말을 들어 벌써부터 현기증이 나지만… 이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복수심 대신 희망을 찾은 브루스 웨인의 변화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 큰 기대 포인트는 이 시리즈의 빌런들에 있다. 영화의 마지막, 리들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신원 미상의 감옥 동료’. 거의 조커로 확정된 배리 케오간의 등장이 정말 기대된다. 그가 <더 배트맨>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조커로 나오는 건 아닐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기대가 실제가 되었다. 엔딩 크레딧엔 정확히 적혀있지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조커 같은 웃음소리와 얼핏 보이는 입, 코믹스에 나온 조커와 비슷한 헤어스타일. 2편에선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인 조커를 만날 수 있을듯하다. 거기에 이번 영화에서 엄청난 포스를 보여준 리들러, 폴 다노와 함께 나오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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