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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Oct 20. 2022

드디어 크레마에 도착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덕후의 바삭한 여름 이탈리아 여행기 (13)

13. 드디어 크레마에 도착했다

2022.07.16.


초록 들판, 작은 도시, 깊지 않아 보이는 강을 지나 드디어 크레마에 도착했다. 후- 이번에도 조용한 한숨을 내쉬며 캐리어를 번쩍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Crema라고 적힌 파란색 표지판을 보자 조금 실감이 났다. 나… 드디어 도착했다… 엉엉.... 감동적이었다.



캐리어에게 한치의 자비도 허용하지 않는 돌길 때문에 다섯 발자국에 한번, 턱턱 멈추기를 반복했지만 그저 즐거웠다. 역에서부터 크레마 시내까지는 약 10분 정도. 시내 중앙으로 들어가면 내 몸을 뉘일 숙소가 있고 영화 속 그 장소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빈약한 근육을 쭉쭉 쥐어짜며 캐리어를 밀었다. 아직 익숙한 장소들이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계속 실없이 웃음이 났다.


내가 선택한 숙소는 크레마의 중심인 시계탑과 가까운 곳이었다. 저 멀리 시계탑이 보이기 시작할 때쯤, 마중 나온 호스트와 만났다. 그는 상당히 호쾌한 말투를 가진 이탈리아노였고 아주 빠르고 친절하게 숙소와 콜바넴 촬영지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기본적인 세면도구가 구비되어 있는 향기 나는 욕실, 세탁기, 넓은 침대방, 커피 머신이 있는 주방, 커다란 소파가 있는 거실. 그리고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크레마의 중심 거리와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시계탑까지! 엄청난 숙소였다. 간단하게 안내를 마친 그는 나에게 한국말 몇 가지를 알려달라고 하더니 아주 어렵다면서도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몇 번 반복했다. 꽤 그럴싸하게 발음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웃음이 났다. 뿌듯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말이다. 우리는 서로 영어가 짧아 미안하다며 머쓱해하면서도 꽤 오래 대화를 나눴고 서로의 말들을 알려준 후, 함께 사진까지 찍고 헤어졌다. 아, 대화를 나눌 땐 몰랐는데 그 사이에 약간 에너지를 빨린 것 같았다.


내가 조금 더 외향적인 사람이었다면 금방 외출을 감행했겠지만 잠깐의 대화에도 배터리가 닳아버린 나는 냅다 소파에 누워 근처 식당을 서치 했다. 보통 여행객이라면 밥집 정도는 미리 서치를 하고 왔겠지만 나는 성지 순례 계획을 제외하고 따로 세워둔 계획이 없기 때문에… 아는 맛집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홀리데이 시즌을 맞은 크레마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가장 더운 3-6시 사이에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가게들이 많았고, 구글 지도에 적힌 정보와 다른 가게들도 많았다.



한참 골목을 돌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과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처음 주문할 땐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당황했는데 손짓 발짓 눈짓을 총동원하니 어떻게… 통하긴 통했다. 크림이 들어간 크로와상과 커피 한잔, 그리고 더위를 달래줄 코카콜라 한 캔을 두고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바깥 테이블에 누군가 앉아있으면 자연스레 지나가던 다른 이가 말을 걸고, 함께 앉아 담배를 피우고, 커피 한잔을 후루룩 마신다. 그리고 빈자리에 또 다른 누군가가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이들이 원래부터 서로를 알고 있는 이웃 사이인 건지 그냥 이 자리가 좋아 함께 앉아 있는 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재밌는 풍경이었다.


일기 속 순간을 다시 생각하며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낯설 돌길을 걷는다는 건 신체적으로 참 힘든 일이었다. 특히 역 근처를 벗어나 공원을 가로질러 갈 땐 두 손을 캐리어 위에 올리고 힘을 줘서 밀어야 했을 만큼 다이나믹한 돌길이 펼쳐져있었다. 우르르르릉 드르르륵탁, 우르르릉 드륵탁! 최소 반경 5m 이내 사람들에게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다는 걸 광고라도 하듯 엄청난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데 힘들기도..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택시가 있었다면 바로 택시를 불렀을지도.


+ 크레마에서 숙소를 잡을 때 고려할 점

크레마 역은 도시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시계탑을 중심으로 상권이 많이 몰려있고 역 근처엔 마트와 버스 정류장이 있다. 여행 당시에 찾아본 바로는 역 근처에 호텔 2개가 위치해있었고 에어비앤비는 대부분 시계탑이 있는 도시 중심 쪽에 위치해있었다.


시내 중심을 가로지르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시계탑 근처로 숙소를 잡으면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게 꽤 고되지만 시계탑을 가까이서 자주 볼 수 있고 종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장점, 도시의 중심이기도 하고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는 젤라토 가게와 카페가 있기 때문에 늦게까지 사람이 많아 밤에도 비교적 안전한 느낌이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시내 중심엔 대형 마트가 없다는 것과 늦게까지 시끄러울 수도 있다는 또 다른 단점이 있다. (걸어서 10분 조금 더 가야 함. 시끄러운 건 겨울에 가면 좀 덜할 것 같다. 나는 한 여름이었기 때문에..)


역 근처로 숙소를 잡으면 처음 도착했을 때와 도시를 떠날 때 짐을 들고 이동하기 편하다는 장점, 역 근처에 자전거 렌탈샵과 마트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권이 크지 않아 시간이 늦으면 유동인구가 줄어든다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 조용한 걸 좋아한다면 역 근처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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