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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Oct 22. 2022

크레마에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책을 사야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덕후의 바삭한 여름 이탈리아 여행기 (15)

15. 크레마에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책을 사야지

2022.07.17.


아침 7시 반, 요란하게 울리는 교회의 종소리에 눈을 떴다. 태어나서 종소리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처럼 실실 웃음을 흘리며 생각했다. “맞다, 나 크레마에 있지.”



이탈리아에 온 지 5일 차이자 크레마에 온 지 2일 차인 오늘. 아직 급할 것이 없으니 시내를 다시 돌아보고, 관광 안내소에 가보기로 했다. 관광 안내소의 위치는 시계탑 바로 아래! 문 바로 앞에 콜바넴 배너가 주르륵 늘어서 있어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활짝 열려있는 안내소의 문을 통과하니 짧은 복도와 안내데스크가 있는 방, ‘피치 포인트’라는 간판이 붙은 작은 방이 있었다. 가장 안쪽에 있는 안내데스크엔 관광 포인트 안내 책자와 몇 가지 기념품이 진열되어 있었고 복도에는 엘리오와 올리버가 탔던 오리지널 바이크와 오스카 트로피. 피치 포인트 방 안에는 두 배우의 등신대와 흰 테이블. 엘리오가 읽었던 책(이건 오리지널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나는 가장 먼저, 피치 포인트 방으로 들어갔다. 사실 들어갔다기보단 바깥문을 지나자마자 그냥 빨려 들듯 이 방으로 들어왔다. 화면을 통해 수십 번도 더 봤던 그 테이블…! 그 테이블이 내 앞에 있었다. 영화를 촬영한 후, 수많은 팬들이 이 하얀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을 거란 걸 알면서도 괜스레 경건한 마음으로 엉덩이를 한번 툭-툭- 털고 의자에 앉았다. 다양한 언어로 가득 찬 방명록을 넘겨보다 수줍게 몇 자 얹어보았다. ‘내 인생 최고 돈 많이 드는 덕질 중’… ‘엘리오만 바라보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 방명록을 그가 읽을 확률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충성과 사랑이 담긴 영어 몇 문장을 낑겨넣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만약에 실제로 티미를 만난다면 이렇게 뭐 쓰고 생각할 시간도 없을 텐데… 주접 멘트 몇 개는 미리 외워놔야겠다.” 그날이 언제 올진 모르겠지만… ☹


다른 누군가가 들어올 때까지 테이블에 앉아 방명록을 적고 책을 몇 페이지 펴보고, 별것 아닌 생각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말 별거 아닌데 ‘아, 좋다-‘가 날숨처럼 튀어나왔다. 비싼 조각 케이크를 2개 퍼먹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했다. 이성을 신경 쓰지 않고 덕후의 감성에만 충실할 수 있는 순간…. 감성에 지배당해 거의 무지성에 가까워진 나는 곧 안내데스크에서 기념품 겸 굿즈를 한 세트 결제했다. 사실 크게 쓸모없는 마그넷과 핀뱃지, 엽서 같은 것들을… 마치 숨 쉬듯 구매해버렸다. 여기선 참을 수 없었다. 아니 참으면 불법이다.



그리고 조금 전, 내가 참지 못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콜바넴 책 구매하기’. 굿즈 세트와 안내 책자를 득템 한 후 두둑해진 가방을 들고 골목을 걷던 중, 운명처럼 엄청난 비주얼을 자랑하는 서점을 만났다. 무슨 용도로 지어졌길래 이렇게 생겼나 싶을 정도로 예쁜 건물 1층에 입점해있었는데, 책장에 꽂힌 파란 책을 보자마자 정말 홀린 듯 손이 움직였다. 내 방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 이 책을… 서점 어플에 들어가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이 책을… 여기서 15유로나 주고 사버렸다. 크레마에서 파는 책이라고 특별한 차이가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내가 여기서 샀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한 권 더 살 이유가 있다고 본다. 이성적인 사람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온갖 명분을 들이대며 콜바넴 한 권, 콜바넴과 관련된 에세이 한 권을 사들고 룰루랄라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오늘의 해가 조금 식을 때까지 책을 좀 만지작거려야겠다.



일기 속 순간을 다시 생각하며


매번 미루고 미뤘는데.. 이번 글을 정리해 올리면서 생각했다. 엘리오가 읽었던 저 책도 얼른 읽어야겠다. STIRPE DI DRAGO.. 용의 자손. 올해 내로 꼭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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