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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pr 22. 2020

언어의 정원 - ‘장마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감정’

[영화후기/애니메이션 영화 추천/해석]



언어의 정원


개봉일 : 2013.08.14. (한국 기준)

감독 : 신카이 마코토

출연 : 이리노 미유, 하나자와 카나, 히라노 후미, 테레사키 유카                                                                               

장마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감정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는 우리나라에서 370만의 흥행을 기록한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 ’초속 5센티미터‘를 제작한 감독이다.  그가 보여주는 세상은 현실적이면서도 동화 같다.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배경을 완성하지만 영화는 현실보다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날씨와 빛, 시간에 따라 바뀌는 하늘의 색을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배경들을 보며 이 정도면 ’날씨와 빛을 컨트롤하는 장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거나 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보며 일본 애니메이션은 대체로 여름이라는 계절을 현실과 다르게 미화시킨다고 생각했다. 현실 여름은 너무도 뜨겁고 장마철이면 머리는 부스스 일어나고 끈적거리는 팔뚝에 젖은 양말.. 신경질 나는 일이 가득한 것에 반해 애니메이션에선 대체로 쨍한 햇빛, 맑은 하늘, 땀방울이 흐르지만 산뜻한 느낌.. 진한 파란색이 잘 어울리는 느낌으로 표현된다. 여름이라는 계절에 대한 기억 조작이 아닌가 싶지만 난 그 아름다운 미화에 오늘도 속아 감성을 풀 충전하고 왔다.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타카오‘와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두려운 ’유키노‘가

비 오는 날 오전 신주쿠 공원에서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 이것은 완전한 사랑이라고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완전한 사랑과 비슷한.. 범주 안에 들어있는 다른 감정이라 생각한다. 



언어의 정원 시놉시스


사랑보다 훨씬 더 이전의 고독한 사랑의 이야기!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타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도심의 정원으로 구두를 스케치하러 간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키노’라는 여인과 정원에서 만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만남은 비가 오는 날이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비록 이름조차 모르지만 걷는 법을 잊어버린 그녀를 위해 ‘타카오’는 구두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갈 무렵, 그들 사이에는 뭔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는 듯한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 타카오와 유키노의 만남이 시작된다.

타카오는 비 오는 날 아침이면 오전 수업을 땡땡이치고 도심 속 작은 정원을 찾아간다.

여느 때와 같이 비 오는 날 아침 정원을 찾아간 타카오 앞에 나타난 유키노. 


타카오는 유키노의 구두와 그녀의 모습에 관심을 가졌고 비 오는 날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다가온 여름방학. 타카오가 가고자 하는 구두 전문학교를 가기 위해선 학비가 필요했고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공부, 집안일을 병행하던 타카오는 ‘그런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16살 소년의 눈에 비친 유키노는 닿을 수 없이 먼 어른의 세계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유키노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타카오는 계속 유키노를 생각하게 된다.



유키노는 학교를 그만둔 고전시학 선생님이다. 타카오의 교복에 새겨진 학교 마크를 보며 그가 자신이 일하던 학교의 학생인 걸 알았지만 ‘어디서 본 적 있던가요?’하고 묻는 타카오에게 정확한 답을 주진 않는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미각장애 증상이 생긴 유키노. 초콜릿과 맥주를 제외한 다른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유키노는 자신이 16살 때와 딱히 달라진 게 없으며 완전히 무너져버린 무기력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 오는 날마다 이어온 타카오와의 인연으로 조금씩 다시 걷는 방법을 연습하게 된다. 



유키노에게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준 건 타카오였다.

그리고 미각장애 증상을 겪던 유키노가 다시 맛을 느끼기 시작한 건 타카오가 싸온 도시락을 먹고부터였다.

구두장이라는 자신의 꿈을 향해 조용하지만 묵묵하게 나아가고 있는 타카오가 유키노에겐 새로운 자극이자 용기를 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언어의 정원에선 등장인물이 격한 감정을 내비치는 장면이 거의 없다.


타카오와 유키노가 감정을 터트리는 건 영화의 후반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옷이 젖은 타카오가 유키노의 집에 함께 갔을 때뿐이었다. 함께 있기에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길진 않았지만 그건 완벽한 행복의 감정이었다. 



클라이맥스 장면에선 자신이 만든 신발을 신은 타카오와 맨발의 유키노가 나온다. 타카오는 자신이 만든 신발을 신고 꿈을 향해 나아갔고 걷는 법을 잊은 유키노는 여린 맨발로 비틀거리면서도 다시 자신의 꿈을 찾아간다.



타카오는 걷는 법을 잊어버린 유키노를 위해 새로운 구두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다. 유키노가 고향으로 떠나고 겨울이 깊어갈 무렵 유키노에게 줄 구두를 완성한다.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된다면 만나러 가자’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아마 타카오는 오래도록 그 정원에 다시 찾아가 유키노와 함께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그해 장마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감정을 선물해 준 유키노를 말이다. 



 오늘은 어둡고 궂은 날씨였다.

‘언어의 정원’을 보러 가기 전 잠깐의 소나기를 만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소나기를 만났다. 정말 영화 속 장면처럼 순식간에 비가 후두두 내렸다. 하필 오늘은 손에 포스터를 들고 있었는데.. 버스 정류장 안쪽까지 들이친 비에 순간 성질이 확 뻗쳤다. 하지만 금세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쳤다. 왠지 이 또한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괜히 감성이 솟구쳤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순간이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아마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그려낸 세상이 뿜어낸 감성 때문인 것 같다.



46분의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 ‘언어의 정원’

언어의 정원을 보고 나면 매번은 아니더라도 가끔 비 오는 날이 감성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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