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03
내 이름을 걸고 일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내 직업을 어떤 한 단어로 지칭해줘야 할지 조금 고민을 했었다. 나를 표현하는 데 가장 편한 말은 회사명+직급+이름 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 갖지 못하고 있다. '박사'나 '연구위원' 등은 호칭일뿐이고 내 일의 핵심을 표현해주지는 못하는 단어로 느껴졌다. '프리랜서 컨설턴트'라고 정리는 했는데, 이 역시 어떠한 부류의 사람들을 뜻하는 과하게 넓은 말이기는 하다. 나는 프리랜서 컨설턴트이지만, 프리랜서 컨설턴트가 나는 아니니까..
이 고민은 일을 하면서 '재직증명서'라는 걸 제출해야 되는 상황에서 꼭 맞닥뜨리는 벽이기도 하다. '공저자'로서 일이 맡겨지는데, 그 사실만으로는 나를 증명할 수 없다. 그러니 속한 어딘가를 통해 나의 존재나 이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나 개인으로서 충분히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데.. 라고 자부하다가도 '그건 니 생각이고..'라는 상식적 답변이 어딘가에서 들려온다.
작년부터 출간되고 있는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시리즈는, 이 시대의 변화를 이렇게 '나'를 수식하는 표현이 파편화되고 다양해지는 때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2024년의 <시대예보 : 호명사회>는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의 메시지를 충분히 숙지한 후 그 맥락안에서 읽으면 가장 바람직하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신만의 서사입니다. 당신이 그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기여가 얼마만큼 치열했는지" (핵개인)
호명사회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사회를 말한다. 이때 그 이름은 당연히 부모님이 지어준 주민등록상의 성명은 아니다. '내가 만들어가는 나의 정체성'을 의미한다. 즉 "나는 무엇으로 불리고 있는가?" "나는 무엇으로 불리고 싶은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정보의 과잉으로 한 걸음도 떼지 못할 때 먼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를 보아야 한다." (호명사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표현을 찾는 일이 올해 내내 가장 중요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