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104

by 트렌드보부상

가수 HYNN의 본명을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무릎을 탁 치며 경탄을 했었다. 나와 동명인데, 이름의 스펠링을 조금 변형 한 걸로 보였는데, 그것만으로도 너무 세련되고 멋진 활동명이 될 수 있다니..

내 본명은 매우 흔한 이름이다. 두 글자 모두 겹모음이 반복되는데다가, 하나는 그 생김새 대로의 발음도 잊혀져 있다. 두 글자 모두 한국어 에서만 쓰는 글자들이라, 영어 스펠링 조차 촌스럽달까? 너무 전형적인 한국 이름이라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조금 덜어내는 건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이름이 될 수 있다니, 갇혀 있고 촌스러웠던 건 내 사고방식이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

한강 작가님 노벨상 수상하시고 나서, HYNN분이 본인의 예명이 작가님 소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 다시 한 번 경탄 했다. 내 이름이 이렇게 문학적으로 연결 될 수 있구나...



"흰"은 2016년에 출간된 책이다. 배냇저고리, 눈송이, 백발, 달항아리, 안개, 서리 등 여러 '흰 색'이 표제가 되는 짧은 글들이 죽 이어져 있다. 하나하나는 매우 짧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저자가 바르샤바에 체류했던 실제 경험이기도 하고, 태어나자마자 사망한 언니를 둔 가상의 주인공의 사색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얀 것'은 배냇저고리와 수의의 어딘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책은 왜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문장 단위에서 섬세한 감정은, 페이지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이고, 한 권은 우리의 존재를 은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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