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갈대숲 같은 곳에 정박할 거란 상상
자라도 자라도 커지는 손바닥과
작년 여름에 벗어둔 허물이 있는 곳
아무나 들어올 수 없어서
수상한 잎들이 수군거리지도 않는 곳
점포정리 파격 세일 창고개방
나는 묵념의 자세로 전단지 앞에 서서
몸에 쌓여있던 재고품을 늘어놓는다
가지 끝에 매달린 매미처럼
전봇대에 걸린 활자들이 필사적이다
애당초 점포를 정리할 마음이 없어도
누군가 내 재고품을 들여다보다가 거울에 비춰보다가
혹시 모르지 꼭 나와 같구나, 집으로 데려갈지
그게 아니라면
다시 알록달록한 어둠 속으로
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전시된 적이 없다
그마저도 핑계라는 생각이 들 때
내 몸은 사실 술병이었다고 굳게 믿으며
악다구니 같은 재고들을 헐값에 내놓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밤을 받치고
어깨에 걸쳐둔 자켓을 또 잃어버리고
나는 다시 행사 매대를 구르면서
원 플러스 원
골라 담아 골라 담아
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전시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