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쯤 뒤로 C 업체와 상담 예약을 잡았다.
그 사이 A 업체가 견적을 약속한 날짜가 지나갔다. 나는 사장님께 전화를 했고 내일까지는 꼭 보내주시겠다 했다.
시작도 전에 신뢰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받은 견적서는 일명 가견적이라고 했다.
나는 바로 동생에게 견적서를 전달했다.
동생은 건축공학을 전공 후 건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 우리 집 리모델링을 포함 이사 전반에 걸쳐 굉장한 활약을 해주었다.
더군다나 제부 역시 인테리어나 건축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자기 손으로 집을 조금씩 손보는 것이 일종의 취미 생활 같았다. 동생 집에 가서 제부의 공구함을 본 나의 아빠가 말하길, 이 정도면 집도 짓겠다고 했으니 말 다 했다.
견적을 본 동생네가 이 견적서 자체가 깡패(?)라고 했다. 정확한 모델명 하나 없이 가격부터 나오는 것도 별로이고 타일을 죄다 덧방 시공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데 가격은 더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호구 잡힌 것 같다고.
“어 그래서 덧방*이 뭔데..?”
그랬다. 당시 내 수준이 이 정도였다.
(*덧방 : 타일 철거 없이 그 위로 새 타일을 덮는 것)
C 업체와의 상담일.
달변가로 보이는 사장님은 상담실에 달린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자기네 포트폴리오 자랑을 한참 늘어놓았다. 화려한 사진들과 말솜씨로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으신 듯했다.
그리고 말끝마다 안 되는 것은 없다면서 다만 돈을 내면 된다고 했다.
음. 견적가가 기대되는 대사네.
내가 원하는 콘셉트와 넣고 싶은 자재 브랜드 몇 개를 불러드렸다. 그리고 인테리어 예산의 한도가 있으니 어느 정도 맞춰 주시라 요청했다. 실제로 집 사는 데에 계획 대비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어 인테리어 예산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사장님은 다음 미팅 때까지 우리 집 포트폴리오와 견적서를 준비하겠다고 하셨다.
"저한테 자재 사러 오신 거 아니잖아요. 아이디어를 사러 오신 거지."
오. 역시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