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견적 계약하기

by Haley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두 번째 미팅날

사장님은 우리 집 평면도에 그려진 포트폴리오 한 장과 공사 스케줄표, 그리고 견적서 6장을 건네주셨다. 이제야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를 받아 보는군.

우리 집 리모델링을 위한 나의 조건은 대략 이러했다.

- 전체 바닥 600각 포셀린 타일
- 벽지는 디아망
- 욕실 2개 조적 파티션 및 젠다이
- 전체 조명 매입등
- 스텝 도어 or 히든 도어
- 무몰딩 or 마이너스 몰딩
- 복도 중간 베란다 샷시 철거 후 가네모 도어 시공
- 제작 가구
- 포인트 벽면 필름 시공

최초에 사장님은 나의 예산 대비 2천만 원 정도 비싼 견적가를 불러주셨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그 가격으로 끝났...

원하는 것을 다 하기에 현실의 벽은 높았다. 포기할 건 포기하고 넣을 건 넣어서 결국 C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업체 간 견적가를 비교하자면 예상하셨겠지만 A 업체 < B 업체 < C 업체 순이었다.

대다수의 경험자들이 말하길 견적가로 시작해서 견적가로 끝나는 집은 본 적이 없다고, 일이천 정도 추가되는 건 당연지사라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본 사장님은 계약/견적 담당자라고 했다. 이 회사엔 사장이 3명 있는데 계약, 시공, 가구 이렇게 각각 맡고 있는 분야가 달랐다. 그리고 그들은 각각의 성격과 스타일도 상반돼 보였다.

계약 쪽은 어쩐지 디자인을 전공했을 법한 느낌이었는데 진취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시공 쪽은 공대 출신의 느낌이랄까. 하자에 민감해서인지 보수적인 느낌이었다.

어쨌거나 이날 이후 내가 테이블 위에서 사장님을 볼 일은 없었다는 것. 이후로부터 모든 미팅은 실장이라는 사람과 진행했다.

인테리어 견적을 위한 나름의 팁을 적어보고자 한다.

✅ 견적서는 가급적 세세하게 적을 것

ex) 시스템 에어컨 모델명, 포셀린 타일 크기, 매입 조명 크기, 욕실 도기 브랜드명, 손잡이/스위치 브랜드명, 문선/몰딩 종류나 사이즈..

일례로 내 견적서 상에 매입 조명은 명기되어 있으나 그것이 몇 인치인지는 적혀있지 않았는데 나는 2인치로, 업체는 3인치로 인지하고 있었다.


마이너스 몰딩 또한 나는 히든 마이너스 몰딩으로, 업체는 계단식 마이너스 몰딩으로 차이가 있었으며
도어 역시 나는 욕실을 제외한 기본이 목문으로 인지하고 있던 방면 업체는 전체를 ABS 도어로 진행하고 있었다.


추가로 벽지 같은 것도 내가 고른 벽지를 천장까지 쓰는지 천장지를 따로 쓰는지도 체크해 두는 게 좋다.

사실 적당히 턴키 업체가 준 선택지에서만 고른다면 크게 갈등을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나..

가급적이면 제품 코드까지 하나하나 적는 것을 추천한다. 추후 내가 원하는 것이 더 고가인데 견적서가 애매한 경우 그것은 대체로 내 돈으로 추가된다.


✅ 시공 방식도 한 번쯤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말하자면 시공 순서 같은 것.

통상 걸레받이 위로 벽지를 태우는 것이 정석이긴 하지만 반대로 하는 업체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 일종의 취향 차이랄까.

그래요. 제 취향과 차이가 있었고요.

욕실 조적 선반의 경우도 조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나 방수 석고나 철물로 앙카를 박는 경우도 있더라. 석고는 파란색 방수 석고를 많이들 쓰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비추한다.


KCC 제품 설명서를 뒤져보니 욕실이나 주방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쓰도록 나온 재료이나 직접적으로 물이 닿는 곳은 쓰지 말라 쓰여있었다.

결국 뜯어내고 다시 했습니다..


✅ 인테리어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최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보시길 바란다.


턴키라고 해서 적당히 알아서 해주세요, 그러면 정말 알아서 된다. 내가 살 집이고 한두 푼도 아닌 내 돈이지 않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꼼꼼하게 알아보고 고민을 많이 한 만큼 만족도 높은 인테리어가 완성된다.

공사 시작까지는 삼 개월 남짓 남았다. 덧방 이란 게 뭐냐고 묻던 나는 세 달 동안 6장의 견적서가 닳을 때까지 뜯어보며 인테리어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이 세계는 아무리 공부를 해도 정답이 없으며 그 끝도 없는 느낌이었다.

직장 생활 십여 년 동안 일이 많아도 밤늦게까지 야근이란 걸 한 적 없는 워라밸 그 자체였던 내가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구석에 묵혀두던 노트북을 꺼내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몰두했다. 현재 나는 어느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지난 십 년 넘게 개발한 제품보다 인테리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이래서 돈이 무서운 거다. 내가 받을 땐 몰랐는데 주려고 하니 사람이 꽤나 치밀해진다.

회사에서 돈 벌면서 해야 한다고 출근해서 화장실 가고.. 동료와 노닥거리는 티 타임 따위를 하며 따박따박 월급 받아오던 나 녀석..


이따금 뉴스에서나 뵙는 우리 회사 회장님께 문득 죄송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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