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 대비 비교적 체계적이었던 C 업체는 총 5번의 미팅을 진행한다고 안내해 왔다.
미팅 시간은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매번 4시간 이상씩 해냈다.
평소 직장인으로서 회의 시간 단축을 위한 문화 개선을 부르짖던 신조 따위..
개나 줘버려.
앞서 말했듯 파워 J인 나는 미리 계획 세우길 좋아하고 계획대로 실행됐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다. 연이은 밤샘 작업을 통해 꼼꼼하게 미팅 준비를 했고 매번 엑셀 파일로 정리하여 들고 갔다.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것은 색감 미팅이었다. 긴 밤을 지새워 수많은 레퍼런스 Reference를 검토했음에도 완벽한 내 취향을 찾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예상했겠지만)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 남편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사교성을 뽐내며 늦은 밤 들어왔고 평소라면 자고 있어야 할 내가 노트북 앞에서 고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젓는 게 전부였다.
우리 집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를 굳이 따지자면 나 다음으로 내 동생과 절친들, 나의 딸, 그다음이 남편 정도 되려나.
아, 그가 유일하게 관여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위스키장인데 주방 한편에 위스키 등을 전용으로 넣을 한 칸을 갖고 싶다 했다. 별생각 없이 홈바 하단에 브라운 유리 도어를 하나 넣었는데 하얀색 테두리가 생각보다 너무 튀어서 내 눈도 튀어나올 뻔했다.
수많은 선택의 고민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마도 단점이겠지만 오로지 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던 것은 오히려 장점이었다.
혹자는 인테리어 하면서 부부 싸움도 많이들 한다던데 이런 부분에서는 차라리 고마운 부분이다.
보통 인테리어 사무실에는 각 브랜드 별 벽장재 샘플 책자가 구비되어 있다. 같은 듯 다 다른 벽지와 필름들이 샘플북 한 권에도 몇 백 개씩 있는 거다.
직접 가서 샘플북 보면서 골라야지 하는 어린양은 이곳에 없길 바란다. 그 많은 샘플을 다 보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그러다 보면 남이 하자는 대로 대충 끌려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전에 내가 원하는 콘셉트가 포함된 레퍼런스 포트폴리오 몇 개 정도는 확보하고 가자.
최신 인테리어의 트렌드는 아무래도 깔끔한 화이트 톤의 회벽 느낌을 추구하고 있는데 하늘 아래 같은 핑크가 없듯 하늘 아래 같은 화이트, 같은 회벽도 없었다.
화이트, 퓨어 화이트, 웜 화이트, 회벽, 모던 회벽, 내추럴 회벽, 리얼 회벽...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벽지와 천장지가 따로 있다는 것. 통상적으로 천장은 벽지와 다르게 천장지라는 것을 바른다고 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 살고 있던 집 역시 벽지와 천장의 색이 달랐다는 것을. 아마도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던 듯싶다.
추가금의 시작.
추가금을 내고 벽과 천장을 통일시킬 것이냐의 문제인데 대부분은 그까짓 게 왜 고민일까 싶겠지만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세계가 또 있지 않은가.
인테리어의 세계에 발을 들이신 분이라면, 적어도 셀인 카페에 가입이 되어있는 분이라면 나의 고민의 무게를 알 것이라. 실제로 그 카페에도 이런 고민을 나누는 게시글이 굉장히 많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댓글들을 뒤져보다가 심금을 울리는 한 줄을 읽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저는 누워있는 걸 좋아해서 집에서 벽보다 천장 보는 시간이 더 많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추가금을 내고 우리 집 천장에 디아망이 발리게 되었다는 이야기.
결과적으로는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