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깔끔하게 기본적인 것만 해야지 했다.
나는 변화를 썩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부동산 갭 투자니 뭐니 모두들 열심히 집을 굴릴 때도 나는 미련하리 만큼 집 한 채를 깔고 10년을 버텼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어쩐지 10년은 거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10년 살 집인데 제대로 해야지, 안 그래?
생각이 바뀌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이 집을 사기 전 한창 임장을 다니며 봤던 집들 중에는 리모델링이 이미 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물론 그런 곳은 시세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어차피 리모델링으로 쓸 돈이라면 그 또한 나쁘지 않겠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남편은 단호했다.
"어차피 니 마음에 안 들걸."
"나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 아니야. 이 집 들어올 때도 하나도 안 고치고 그대로 들어 왔잖아."
"그건 10년 전이고. 지금은 마음 속에 집에 대한 니즈가 확실히 생겼을 테니까."
웬일로 그가 예리했다. 셀인 카페와 오늘의 집, 인스타, 핀터레스트 등을 통해 나의 눈은 높아지다 못해 치솟고 있었다. 이제 웬만해서는 눈에 차질 않았고 그렇게 고르고 고른 몇 가지 리스트를 들고 업체 미팅을 진행키로 했다.
첫 번째 A업체.
내가 이사갈 집과 동일한 타입의 같은 아파트를 이미 공사한 포트폴리오가 있는 곳이었다. 치솟은 나의 눈높이에 그곳의 포트폴리오가 썩 마음에 차진 않았지만 디자인이야 내가 바꾸면 될 것이고, 업체 입장에서도 이미 한번 해 봤으니 두 번째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사무실은 조용한 주택가 상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조용한 동네 만큼이나 사장님 목소리도 작았다. 공사할 집 주소를 불러주고 이 아파트 시공 하신 포트폴리오를 보고 왔노라 얘기했다.
우리집 평면도를 펼치시더니 원하는 것을 말씀해 보라 길래 리스트업 해온 항목들을 주욱 읊었다. 사장님은 말 없이 열심히 받아 적었다. 당장은 바빠서 안 되고 이틀 정도 후에 견적서를 보내주겠다고 하셨다.
미팅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두 번째 B업체.
때마침 이사갈 집 단지에 모 대기업의 보여주는 집이 생겼다. 이 기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늘날 웬만한 벽장재와 바닥재, 창호까지 섭렵한 이 구역 선두 주자 쯤 되는 곳이다.
보여주는 집의 특징일까 대기업의 한계일까.
요즘 유행하는 고급 자재는 다 들어갔는데 어쩐지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다. 통일된 컨셉이 안 느껴진달까.
시공은 확실해 보였지만 아무래도 디자인은 포기해야할 것만 같았다.
어차피 내가 리스트업 한 자재들 역시 이 브랜드 제품이 주를 이뤘다. 간 김에 바로 견적 상담을 받았다.
앉은 자리에서 키인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견적가가 산출됐다. 역시 대기업.
행사 기간 내에 계약을 하면 추가 할인도 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곧 연락 드리겠다 하고 그 집을 나섰다.
세 번째 C업체.
사실은 처음부터 나는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이 업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내가 지난 10년 간 살았던 집과 동일한 집을 리모델링 한 포트폴리오가 있다.
구조 상 주방 공간이 매우 작게 나온 곳이었고 사는 내내 나는 그 점이 매우 불편했었다. 다음엔 꼭 주방이 넓은 집으로 이사가야지. 몇 번이나 다짐했다.
그런데 불가피하다 생각했던 구조적 결함을 극복하고 주방 사용 공간을 넓혀 놨더라. 이런 방법이 있었네. 게다가 디자인도 트렌디했으니 사실 상 내 마음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답정너
전화를 걸었더니 친절한 듯 친절하지 않은 듯, 상담 예약이 다 차서 당장은 어렵다고 했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