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유난히 식물을 참 좋아해. 네 밥은 굶어도 식물들 물 주는 건 잊지 않지. 오히려 식물들 때문에 오래 집을 비우지 못할 정도니까.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던 때가 네게 성취감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 다를 것 하나 없는, 심지어 보잘것 하나 없는 인생에도 무언가 해낼 수 있고 자라게 할 수 있다는 걸 식물을 키우면서 배웠으니까.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죽어가던 식물도 너한테만 오면 씩씩하게 다시 살아나곤 했잖아. '안 될 거야', '못 할 거야' 쉽게 치부해도 식물은 더디더라도 꼭 꾸역꾸역 한 뼘씩 더 자랐지.
어느 날은 네 지나친 사려와 기우로 식물이 위기에 처한 날도 있었어. 무더운 여름이기도 했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치진 않을까, 이러다 저버리진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집안으로 들였더니 그대로 시들어버렸지. 넌 속상한 마음에 줄기만 잘라 화분 그대로 구석에 밀어 넣었어. 그런데 시든 구근 아래서 새로운 구근이 크고 있다는 사실을 겨울 다 지나고서야 안 거야. '이제 더 이상 클 수 없겠구나' 함부로 내린 정의에 보란 듯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냈지. 그추운 계절, 모든 것이 멈춰있는 시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저마다의 계절을 준비하고있었어.
살면서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오면 '왜 나는 남들처럼 그 무엇 하나 쉽게 얻어지는 게 없을까' 한탄하는 날이 많았잖아. 어쩌면 너도 그런 날들 속에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몰라. 자라나는 식물들만큼이나 너도 한 뼘 더 자라는 순간이 자주 놓이길 진심으로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