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는 표면이 화려하지만, 어떤 도시는 땅속 깊은 곳이 더 소란스럽습니다.
발밑에 수천 년의 제국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그 도시를 걷는 걸음걸이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의 아스팔트 아래, 2천 년 전의 흙이 숨 쉬고 있는 곳.
가장 깊고 거대한 시간을 여행하는, 중국 서안(시안)의 3가지 풍경입니다.
서안을 찾는 단 하나의 이유이자, 사진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는 전율입니다.
거대한 돔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수천 개의 시선이 나를 향해 쏟아집니다.
흙으로 빚어진 병사들. 놀랍게도 그들의 표정, 머리 모양, 옷 주름 하나하나가 모두 다릅니다.
2천 년 전, 진시황의 영생을 위해 땅속에 묻혔던 그들의 침묵은, 그 어떤 함성보다 더 크게 고막을 때립니다.
유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 아득한 시간과 눈을 맞추는 경험.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예술이 어떻게 영원이 되는지 목격하는 순간입니다.
박물관에 갇힌 유물이 아닙니다. 서안 성벽은 도시의 일상 속에 살아 숨 쉽니다.
아파트 4층 높이, 폭 15미터의 거대한 성벽이 도시 중심을 네모반듯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이곳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자전거'입니다.
해 질 녘, 울퉁불퉁한 벽돌 위를 자전거로 달리며 바라보는 풍경은 기묘합니다.
성벽 안쪽으로는 낡은 기와지붕들이, 성벽 바깥쪽으로는 화려한 빌딩 숲이 펼쳐집니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선 위를 달리는 기분.
붉은 홍등이 켜지는 성벽 위에서 맞는 바람은, 유난히 시원하고 묵직합니다.
엄숙한 역사 여행에 지쳤다면, 이제는 감각을 깨울 차례입니다.
종루(Bell Tower) 뒤편, 이슬람 문화를 간직한 회족들이 모여 사는 거리는 그야말로 '미식의 정글'입니다.
골목을 가득 채운 뿌연 연기와 코를 찌르는 쯔란(큐민) 향기.
손가락만큼 굵은 양꼬치를 굽는 상인들의 외침, 그리고 한자 중 가장 획수가 많다는 '뺭뺭면'을 내리치는 소리.
수백 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이국적인 문화가 중국과 섞여 만들어낸 독특한 에너지.
역사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관탕바오) 속에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곳입니다.
서안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목격'하는 여행지였습니다.
흙 속에 잠든 제국의 꿈과,
성벽 위를 스치는 바람과,
시장통의 뜨거운 열기.
그 압도적인 시간의 두께를
직접 두 발로 딛고 서보는, 가장 거대한 시간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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