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처음 가려 해요"라는 말을 들으면, 저는 늘 설렘과 함께 약간의 난감함을 느낍니다.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엔, 스페인은 '하나'가 아니거든요.
마드리드의 뜨거운 일상, 바르셀로나의 초현실적인 꿈, 그리고 안달루시아의 불타는 영혼. 이 3가지는 때로 완전히 다른 나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스페인이라는 거대한 캔버스 앞에서 어디서부터 붓을 대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제가 직접 겪은 스페인의 3가지 얼굴을 꺼내봅니다.
솔직히 말해, 마드리드는 첫눈에 반하는 도시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파리나 로마 같은 '결정적인 한 방'은 없죠. 하지만 며칠 머물다 보면, 이 도시가 왜 스페인의 심장인지 알게 됩니다.
제게 마드리드는 화려한 궁전이 아닌 '일상'이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고야의 '검은 그림'을 보며 한참을 서성였던 그 오후, 해가 진 뒤 마요르 광장 노천카페에 시끄러운 사람들 틈에 껴 샹그리아를 마시던 그 밤. 그 왁자지껄함 속에서 비로소 '아, 내가 진짜 스페인에 와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마드리드가 '현실'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꿈'입니다. 도시 전체가 가우디라는 천재의 거대한 놀이터 같아요.
정말이지, 이 도시에선 직선을 찾기가 더 힘들어요. 모든 게 파도처럼 굽이치고, 동화처럼 알록달록합니다.
성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들어갔을 때, 기둥을 타고 쏟아지던 그 빛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밖에서 보던 웅장함과는 전혀 다른, 경이롭고 따뜻한 빛의 숲이었습니다. 중세의 시간이 멈춘 고딕 지구를 걷다가도, 고개를 들면 가우디의 상상력이 불쑥 튀어나오는 곳. 꿈과 현실의 경계가 궁금하다면 바르셀로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음속에 그리던 그 '정열의 스페인'은 아마도 이곳, 남부 안달루시아에 있을 겁니다. 스페인의 영혼이자, 가장 강렬한 붉은색을 품은 땅이죠.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에서 붉은 노을을 보며 넋을 잃고, 작은 타블라오(플라멩코 공연장)에서 집시의 절절한 목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졌던 기억.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그 섬세한 이슬람 문양 너머로 "왕궁의 눈물"이 보이던 그 순간. 아, 정말...
태양의 열기와 집시의 한(恨), 이슬람의 신비가 뒤섞인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스페인을 그토록 갈망했던 이유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마드리드의 일상, 바르셀로나의 꿈, 안달루시아의 열정.
스페인은 이렇게나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 3가지 색깔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스페인은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그 말. 저도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하게 됐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