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그 오해 너머: 뻔하지 않은 여행지 4곳

by 호텔 몽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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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발리는 한동안 제 여행 리스트의 우선순위가 아니었어요.

너무 많이 들었고, 너무 많이 본 곳.

'인생 여행지'라는 말은 좀 상투적이고,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이미 10년도 더 된 이야기잖아요. 또 요가, 서핑, 선셋... 뭐 그런 거겠지, 싶었어요.

네, 제가 완전히 틀렸습니다.

10월의 끝자락, 건기에서 우기로 넘어가는 그 묘한 공기 속에서, 발리는 저를 완전히 무장해제시켰습니다. 왜 다들 발리, 발리 하는지, 그 이유를 저도 알게 됐죠.


1. 우붓 : 길을 잃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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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처음은 우붓이었어요.

솔직히 우붓의 메인 거리는... 네, 복잡해요. 스쿠터와 관광객으로 꽉 막혀서 '내가 상상한 우붓은 이게 아닌데' 싶었죠.

그런데 딱 하루, 스쿠터를 빌려 일부러 길을 잃어보기로 했어요. 지도도 안 보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달렸죠. 그러다 우연히, 관광객은 한 명도 없는, 이름 모를 논두렁 앞의 작은 찻집(와룽)을 발견했어요.

그냥... 거기에 앉아있었어요. 땀 식히면서.

'멍때린다'는 말이 딱 맞겠네요. 새소리, 바람 소리, 저 멀리 농부의 목소리. 그 순간 '아, 이게 우붓이구나.' 싶더군요. 화려한 요가 스튜디오가 아니라, 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고요함. 그게 첫 번째 답이었어요.


2. 짱구 & 스미냑 :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선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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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선셋'이에요. 아, 너무 뻔하다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선셋이 예뻐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달라요. 정말 다르더군요.

짱구나 스미냑 해변에 해가 질 무렵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바다를 향해 멈춰 서요. 서핑을 마친 사람들, 빈백에 누운 연인들, 꼬마 아이들까지.

그냥 해가 지는 '풍경'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 같았어요. 그 집단적인 멈춤의 순간, 그 공기. 붉게 타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맥주 한 모금을 넘기는데, 그냥... 좀 뭉클하더라고요.


3. 울루와뚜 : 낯설고 원시적인 그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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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좀 쑥스럽지만 '기운'이에요.

저는 종교가 없는데도, 발리에서는 뭔지 모를 기운이 느껴져요. 특히 울루와뚜 절벽 사원에서 '께짝 댄스'를 볼 때 그랬어요.

솔직히 관광객용 공연이라 큰 기대 안 했거든요.

그런데 붉은 노을이 지는 절벽 끝에서, 수십 명의 남자가 "착-착-착-" 하는 소리를 내는데... 그 소리가 심장을 울려요. 굉장히 원시적이고, 장엄하고. '아, 여긴 정말 신들의 섬이 맞나 보다' 하는, 그런 경외감이 들더군요.


4. 사누르 : '일상'이라는 이름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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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유는 '일상' 그 자체였어요.

화려한 리조트나 힙한 카페가 아닌, 가장 조용했던 동네 '사누르'에서 진짜 휴식을 만났어요.

파도가 거의 없는 호수 같은 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전거를 빌려 해변을 달리는데, 현지인 할머니가 바다에 제물을 바치며 기도를 드리고, 그 옆에선 강아지가 첨벙거리고...

그 평화로운 공존.

그냥 그 풍경 속에 저도 스며드는 기분이었어요.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긴장감마저 사라지고, 그냥 '머물고 있다'는 안도감.



발리는 그런 곳이더군요.

휴양을 하러 갔다가, 결국엔 제 자신을 만나고 돌아오는 곳.

화려한 사진 속에 담기지 않는, 그 공기, 그 냄새, 그 기운.

발리는 '가는' 곳이 아니라, '젖어드는' 곳이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발리를 오해하고 있었다면,

기꺼이 그 오해를 풀러 떠나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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