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여수'하면 그 노래부터 떠오르잖아요. '여수 밤바다~' 하는 그 멜로디.
그래서인지 여수는 왠지 시끄럽고, '낭만포차'의 술잔 소리만 가득할 것 같은 오해를 했어요. 그 화려한 '밤'의 도시라는 편견.
그런데 11월,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 때 다시 만난 여수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더군요.
화려한 밤이 아니라, 그 밤을 기다리는 '낮'의 풍경이, 그 고요하고 깊은 바다색이 진짜였습니다.
그 낭만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있던, 여수의 진짜 속살 3곳을 소개합니다.
"11월에 오동도? 동백꽃 다 졌잖아."
네, 맞아요. 붉은 동백꽃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꽃을 보러 온 인파가 사라진 방파제 길을, 저 혼자 전세 낸 듯 걸었어요.
오른쪽엔 시원한 바다가, 왼쪽엔 붉은 등대가.
쌀쌀한 11월의 바닷바람 냄새, 그리고 섬을 가득 채운 빽빽한 동백나무 숲의 그늘.
꽃이 없어도, 이 섬은 그 자체로 '초록빛 쉼터'였어요.
그 섬까지 걸어 들어가는 그 '길' 자체가 목적지였습니다.
여수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전 여기예요. 향일암.
'해를 향한 암자'라는 이름처럼, 깎아지른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죠.
솔직히, 좀 힘들었어요.
가파른 계단을 쉴 새 없이 올라야 하고, "이게 맞아?" 싶은 좁디좁은 바위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그 마지막 바위틈을 빠져나오는 순간.
...와.
눈앞에, 그냥... 아무것도 없이 파란 남해 바다가 펼쳐져요.
그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방금까지의 숨 가쁨은 그냥 환호성이 되더군요.
고생 끝에 만난 풍경이라 더 값졌습니다.
우리는 늘 '여수 밤바다'를 보러 낭만포차 거리, 그 '아래'로만 가잖아요.
이번엔 그 '위'로 올라가 봤어요.
언덕을 따라 이어진 고소동 벽화마을.
아기자기한 벽화들을 따라 좁은 골목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여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화려한 낭만포차 거리가 아니라, 그곳을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낡은 지붕과, 거북선대교, 그리고 진짜 '낮'의 바다.
밤의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여수의 가장 솔직한 풍경이었습니다.
여수를 떠나오는 길, 다시 그 노래를 들었어요. '여수 밤바다'.
이젠 그 노래가 다르게 들려요.
그건 그냥 '밤바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 바다를 품고 있는 낡은 골목, 깎아지른 절벽, 그리고 그곳을 걷던
나의 '낮' 시간까지 모두 합쳐서...
그게 진짜 '여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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