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누리는 사치 중에 제가 최고로 치는 건...
비싼 룸서비스도, 푹신한 침대도 아니에요.
바로 이 '팻말'입니다.
"Do Not Disturb."
"방해하지 마시오."
이거, 정말 엄청난 권력 아닌가요?
집에서는... '방해하지 마시오'가 안 먹히잖아요.
방문을 닫아 걸어도, 카톡 소리는 쉴 새 없이 울리고,
"밥 먹어라", "택배 왔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찾아내죠.
그런데 호텔의 이 팻말은... '진짜'입니다.
이 얇은 종이 쪼가리(혹은 플라스틱) 하나를 문고리에 '탁' 걸어두는 순간.
세상과 나 사이에 거대한 방어막이 쳐지는 기분이에요.
'똑똑-'
"하우스키핑...?"
그 정중하지만, 나를 긴장시켰을 그 노크 소리로부터,
나는 완벽하게 자유로워집니다.
이 팻말이 걸려있는 동안,
나는 이 방 안에서 '완벽한 게으름뱅이'가 될 권리를 얻습니다.
오후 2시까지 잠을 자도 괜찮아요.
침대 시트를 엉망으로 굴러다녀도,
룸서비스 트레이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둬도,
샤워 가운을 바닥에 벗어 던져놔도...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죠.
그 어떤 변명도, 설명도, 죄책감도 필요 없는 시간.
이건 그냥 '청소받기 싫다'는 뜻이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를 그 어떤 의무로부터도 자유롭게 해 주시오."
라는,
세상을 향한 나의 가장 정중하고도 강력한 '선언'입니다.
그 팻말 하나가 주는 완벽한 고독과 안도감.
솔직히...
우리 집 현관문에도 하나 걸어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