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복판의 푸른 인공 섬

by 호텔몽키

솔직히, 저... 수영 잘 못해요.

아니, 거의 안 하죠.

그런데 웃긴 게 뭔지 아세요? 호텔 예약할 때 꼭 '수영장 있음' 옵션을 체크해요.


"이번엔 꼭 이용해야지."

그렇게 다짐하고 래시가드를 챙겨가지만,

결국 물에 발 한번 못 담그고 돌아올 때가 태반이죠.


그런데도 우린 왜 그렇게 호텔 수영장에 집착할까요.


객실 엘리베이터가 아닌, 수영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삑-'

객실 키와는 또 다른, 그 묵직한 락커 키를 받고 들어서면,

그 특유의 냄새가 '훅-' 끼쳐요.

소독약 냄새, 혹은 '락스' 냄새.

그 냄새가 왠지 '자, 이제 놀 시간이야' 하고 말하는 것 같아요.


샤워를 대충 하고, 문을 열고 수영장으로 나서는 순간.

와...

세상이 온통 '푸른빛'입니다.

바닥의 타일도, 찰랑이는 물도, 심지어 공기마저 푸르게 느껴져요.


웃기지 않아요?

저 통유리창 너머는,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그 '서울' 한복판인데.

차가 꽉 막힌 그 도로, 빽빽한 빌딩 숲.

그 치열한 '일상'이 바로 저기 있는데,


나는 지금, 이 완벽하게 '인공적인' 섬에,

수영복 차림으로 누워있다는 거.

이보다 더 비현실적인 기분이 또 있을까요.


솔직히, 수영은 안 해요.

그냥, 선베드 하나 차지하고 눕는 거죠.

들고 온 책은... 네, 그냥 '소품'이에요. 펼쳐보지도 않죠.

선글라스를 끼고, 그냥... '물멍'을 때립니다.


아이들이 첨벙거리는 소리,

물에 반사된 빛이 천장에서 아른거리는 모습.

그냥, 그 '푸른색' 안에 내가 있다는 그 기분.


가만 보면, 호텔 수영장은 수영하러 가는 곳이 아니에요.

'여행'의 한 장면을 완성하러 가는 곳이죠.

일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이국적인 '무대'.


그 무대 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라는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연기하고 오는 겁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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