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의 겨울, 세상의 모든 문이 내 앞에서만 닫히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도시의 미아처럼 떠다니던 날들이었다.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느꼈던 어느 늦은 밤, 나는 도망치듯 익숙한 동네의 낯선 호텔로 들어갔다. 여행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직 살기 위한 하룻밤이 필요했다.
수많은 호텔의 문을 열었지만, 그날처럼 절박하게 카드 키를 쥔 적은 없었다. 체크인 카운터 직원의 무심한 미소, 목적지를 묻지 않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마침내 ‘딸깍’ 소리와 함께 나만을 위해 열린 호텔 문. 그 방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히 분리되었다.
특별할 것 없는 방이었다. 푹신하지만 낯선 침대, 낡았지만 깨끗한 책상,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흔한 도시의 밤. 하지만 그 평범함이 나를 살렸다.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 공간,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절대적인 익명성. 방 안의 공기는 나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창밖의 불빛은 그저 반짝일 뿐 나를 판단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멍하니 의자에 앉아 밤새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울음이 터져 나왔지만, 그 소리를 들을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엉망인 모습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은 유일한 공간. 그곳은 호텔이 아니라, 세상 끝에 선 나를 위한 작은 안식처였다.
다음 날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문을 나설 때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나에겐 하룻밤을 버텨낼 힘이 생겼다. 그날 이후, 내게 호텔은 더 이상 점수를 매기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었다. 때로는 도피처가, 때로는 위로가, 때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가 되어주는 ‘삶의 쉼표’ 같은 공간이 되었다.
이름도, 등급도 기억나지 않는 그 이름 모를 호텔에게. 당신이 내어준 하룻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나의 글은 바로 그 밤에서 시작되었다고, 언젠가 꼭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