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제주의 속살: 10월 가을 여행지 추천

by 호텔 몽키

뜨겁던 태양이 한풀 꺾이고, 셔츠 위에 얇은 재킷 하나를 걸쳐야 하는 계절.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이맘때가 되면,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입니다. 그럴 때마다 제 마음속 나침반은 늘 한 곳, 제주를 가리키곤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떠올려야 할 제주는, 땀방울이 가득했던 여름의 푸른 바다가 아닙니다. 10월과 11월의 제주는, 일 년 중 가장 깊고 내밀한 자신의 속살을 부끄러운 듯 드러냅니다. 북적이는 인파가 쓸려나간 자리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오늘은 그 고요한 풍경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가 보려 합니다.


1. 바람의 언어로 속삭이는, 산굼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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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제주의 본질은 ‘억새’에 있습니다. 수많은 오름이 저마다 은빛 물결을 자랑하지만, 저는 유독 산굼부리의 억새를 편애합니다.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멀리 달아나는 기분이 듭니다.


정상에 올라 광활하게 펼쳐진 억새밭을 마주하는 순간, 숨이 멎습니다. 키 작은 억새들이 바람에 따라 일제히 눕고 일어서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은빛 바다가 파도치는 듯합니다. ‘사르륵, 사르륵’ 바람이 빚어내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화려한 사진 한 장보다, 바람의 언어를 가만히 듣는 그 순간의 충만함을 놓치지 마세요.


2. 생각의 무게를 덜어내는, 사려니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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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바람의 위로였다면, 사려니숲길은 흙과 나무가 건네는 위로입니다. 가을빛이 완연한 이 숲길은, 사실 화려한 단풍 대신 늘 푸른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습니다.


발밑에서 ‘바스락’ 하고 밟히는 젖은 흙과 낙엽의 감촉, 그리고 서늘한 가을 공기를 뚫고 들어오는 짙은 피톤치드 향.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그 길을 묵묵히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 생각들이 발걸음 하나하나에 툭, 툭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굳이 무언가를 생각하려 애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숲이 내어주는 고요함에 나의 모든 것을 맡겨보세요.


3. 노을과 커피 한 잔의 온기, 종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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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동쪽, 낮은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종달리. 이곳의 가을은 유난히 따뜻합니다. 조용한 마을 길을 걷다 보면, 밭담 너머로 이제 막 노랗게 익어가는 귤 밭이 수줍게 인사를 건넵니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멀찍이 보이는 이 작은 마을에는, 자신만의 속도를 지켜나가는 아늑한 카페들이 숨어있습니다. 일부러 찾아간 그곳에서, 창밖으로 천천히 물들어가는 가을 노을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그것이야말로 10월의 제주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쉼표가 아닐까요.


우리의 가을 여행은 무언가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이 계절의 제주에서, 여러분만의 가장 고요하고 충만한 순간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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