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지는 화려한 잡지처럼 가볍게 넘겨보게 되지만,
어떤 여행지는 오래된 고전 소설처럼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곱씹으며 읽어야 합니다.
경상북도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빠르게 훑고 지나가기엔, 그 땅에 새겨진 시간의 나이테가 너무나 깊고 촘촘하기 때문이죠.
가장 한국적인 깊이와, 가장 현대적인 감성이 공존하는 곳.
천천히 읽어내려갈 때 비로소 보이는, 경상북도의 3가지 챕터입니다.
안동 여행의 백미는 '병산서원'의 만대루에 앉아보는 것입니다.
화려한 단청도, 장식도 없는 낡은 나무 기둥 사이로, 낙동강 물줄기와 병산의 절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들어옵니다.
이곳에선 굳이 무언가를 하려 애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옛 선비들처럼 강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는 것.
나무 바닥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강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조금은 불편한 교통, 조금은 느린 속도.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지켜진 고요함이, 도시의 소음에 지친 귀를 씻어줍니다.
가장 한국적인 '쉼'의 원형이 그곳에 있습니다.
경상북도 여행의 허리이자, 영원한 클래식. 경주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주는 수학여행 때 보았던 그 엄숙한 유적지가 아닙니다.
황리단길의 루프탑 카페에 앉아, 천 년 전 왕들이 잠든 거대한 고분(대릉원)을 내려다보며 라테를 마십니다.
삶과 죽음이, 과거와 현재가, 그리고 일상과 여행이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이토록 힙하게 섞일 수 있는 도시가 전 세계에 또 있을까요.
밤이 되면 '동궁과 월지'의 물 위로 신라의 달밤이 비치고,
낮에는 낡은 한옥 처마 밑에서 퓨전 파스타를 먹습니다.
경주는 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안동과 경주가 '과거'라면, 포항은 역동적인 '현재'입니다.
차가운 제철소의 이미지는 잊으셔도 좋습니다. 지금 포항은 가장 뜨거운 '오션뷰'의 성지니까요.
하늘을 걷는 듯한 아찔한 체험 조형물 '스페이스 워크' 위에 서면,
영일만의 푸른 바다와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인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의 낡은 계단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는 낭만까지.
탁 트인 동해 바다의 시원함과, 골목마다 숨겨진 이야기들.
포항은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가장 확실한 마침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경상북도는,
그저 '옛날 것'이 많은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안동의 '기품',
경주의 '공존',
포항의 '활기'.
그 시간의 결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에도 단단하고 깊은 여유가 차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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