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 사람들의 오래된 입버릇입니다.
그만큼 비와 눈이 잦은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도시의 진짜 아름다움은 그 '축축함'에서 나옵니다.
비에 젖어 윤기가 흐르는 검은 기와, 촉촉한 이끼, 그리고 흐린 하늘 아래서 더 영롱하게 빛나는 금박.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더 우아한 도시.
일본의 미학이 응축된 소도시, 가나자와의 3가지 풍경입니다.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겐로쿠엔.
이곳은 우리가 흔히 보는 '자연 그대로의 숲'이 아닙니다.
나무 한 그루, 물줄기 하나, 돌의 배치까지... 철저하게 인간의 미의식으로 계산되고 다듬어진 '예술품'입니다.
특히 겨울, 눈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소나무 가지마다 새끼줄을 엮어 묶은 '유키즈리(雪吊り)'의 풍경.
그 기하학적인 원뿔 모양의 줄들이 숲을 가득 채운 모습은, 정원을 넘어선 하나의 거대한 설치 미술 같습니다.
고요한 연못가에 서서 그 완벽한 균형미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섬세함'의 극치를 목격하게 됩니다.
교토의 기온 거리가 떠오르지만, 이곳의 공기는 조금 더 묵직합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격자창(기무스코)이 이어진 낡은 목조 건물들.
과거 게이샤들의 샤미센 소리가 울려 퍼졌던 이 거리는, 지금은 고소한 차 냄새와 화려한 금박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가나자와는 일본 금박 생산의 99%를 차지하는 곳입니다.
오래된 찻집에 앉아 금박이 통째로 올라가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금박 공예품을 구경하는 시간.
잿빛 날씨 속에서도 결코 빛을 잃지 않는, 가나자와의 자부심을 만나는 거리입니다.
고풍스러운 옛 거리만 있을 것 같지만, 가나자와의 또 다른 얼굴은 지극히 현대적입니다.
이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파격입니다. 앞뒤가 없는, 투명한 유리로 된 거대한 원형 건물.
이곳의 상징인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수영장'.
위에서 보면 물이 찰랑이는 수영장인데, 물속에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비현실적인 풍경.
현실과 환상,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이 유쾌한 경험은,
엄격하고 진지했던 가나자와 여행에 신선한 숨구멍을 틔워줍니다.
가나자와는,
오래된 것의 품격과 새로운 것의 위트가
비 내리는 거리 위에서 우아하게 왈츠를 추는 도시였습니다.
흐린 날씨조차 낭만이 되는 곳.
우산을 쓰고 걷는 그 걸음마저,
이곳에선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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