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시작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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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시도 끝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글쓰기의 시작을 오랜만에 떠올려 보았다. 안타깝게도 스무 살의 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초등학생의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고, 중학생의 나는 판타지 소설에 빠져 살았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책을 멀리 하기 시작했고 대학생이 되고 나니 책 보다 재밌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 보이는 탓에 독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변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스무 살들이 겪는 일이었다.(아마도...?)
그런 내가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군대에서였다. 계급이 올라가면서 시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에 허튼짓을 하지 않고 다행히도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시작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로 시작했는데 얼마나 재밌던지 시간이 날 때마다 컴퓨터를 하는 것도 제쳐놓고 책을 읽었다. 그렇기에 독서생활이 다시금 시작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 되었고 그는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와 같은 그의 대표작을 몇 권 더 읽고 나서 그의 처녀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를 읽게 되었다. 그 후 나의 글쓰기 생활은 시작되었다. 그 책의 작가의 말을 보면 그는 스물아홉 살의 어느 봄날 야구장의 맨흙더미 외야석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자신을 위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그 시작을 읽으면서 나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글은 쓰고 싶었지만 그와는 다르게 무슨 글을 써야 될지는 전혀 모르겠는 날이 이어졌다. 그때 '글쓰기 좋은 질문 642' 라는 책을 발견했고 책에 실린 642개의 질문을 통해 나는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도 많이 부족한 글솜씨지만, 그때 쓴 글을 보면 지금보다도 더 어설프고 두서없는 글들이 많아 글을 쓴 나조차 읽기가 힘들다. 그래도 나는 그 글들이 참 감사하다. 이제 나의 일상에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행동이 되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의 하루에 더 온전히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취미생활 칸에 글 읽기와 글쓰기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까, 글을 읽고 쓰는 것은 나에게 거창한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수필과 소설을 잊고 살던 내가 문학을 읽고 심지어 쓰기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감사하다. 이 글을 보고 누군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이런 애도 글을 쓰는데 나도 한번 써봐야지 라는 생각일지라도) 혹여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글을 쓴다고 해도 내 첫 글보다는 잘 쓴 글일 테니 자신감을 가지고 아무 문장, 아무 글이나 성큼성큼 적어보는 순간을 꼭 빨리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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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