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먹함과 평범한 스물다섯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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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추석이 다가오는 이 맘 때에는 연례행사처럼 태풍이 찾아오곤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뉴스에서는 '태풍 몇 호가 제주도를 강타하고 북상 중' 혹은 '이번 태풍은 몇 년 전 엄청난 위력을 가진 태풍 무엇무엇의 몇 배나 되는 역대급 태풍이다' 라는 식의 소식이 흘러나왔다.
태풍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면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원래는 집에서 움직이지 않고 침대에서 이불을 돌돌 말아 습하고 늘어지는 하루를 보냈어야 할 터였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오늘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집 근처 카페로 나올 수 있었다. 비 내리는 오늘의 먹먹한 하늘이 앞을 도통 모르겠는 요즘의 나 같아서 그런 것일까. 내가 좋아하는 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뭉게 구름 떠다니는 파아란 하늘이나 오묘한 빛깔을 띄고 있는 해질녘의 하늘인데, 오늘의 잿빛 하늘이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드는 것이 기분이 묘하다.
나이는 하루 이틀 계속 먹어가는데, 나는 그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채로 남겨지는 것만 같고, 멋있는 어른이 되겠다는 나의 다짐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매 순간이 나의 선택인데 나는 또 매 순간 후회하고, 세상은 내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은 별 거 아닌 것만 같고, 세상에 대단한 사람은 왜 이리 많은 지 나는 점점 작아져만 가는 것 같다.
오늘 같이 먹먹한 하늘 뒤에도 어쨌든 태양이 떠 있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같은 말이 사실 얼마나 큰 희망고문이 될 수 있는지, 얼마나 잔인한 말이 될 수 있는지 속도 모르고 세상은 견디면 구름이 걷히고 해가 떠오를 것이라는 쉬운 말만 해댄다. 구름이 언제 저 멀리 흘러가서 해가 고개를 내밀지 모르는 채, 오늘의 하늘은 햇빛 한 줌 없는 그런 회색의 하늘인걸. 그래도 어쩌겠나 싶어서 나는 또 희망의 말들을 믿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수밖에. 맘 속으로 '어서 이번 태풍이 얌전하게 지나갔으면' 하고 바라는 수밖에 없는 먹먹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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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