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를 쓰려다 너를 쓰게 된 편지 비슷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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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선택한 일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버렸고 지나가버린 과거가 썩 맘에 들진 않더라도, 차라리 더 나은 미래의 선택과 일들에 대해 고민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잇 사실 이런 이성적인 판단에 기반한 이유보다는, 그저 후회에 쏟게 되는 현재의 부정적인 감정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기 때문에(정말 사람이라면 전혀 후회하지 않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후회가 기별도 없이 불쑥 머리를 들이미는 일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중에서도 날 괴롭게 하는 것은 시간이 꽤나 지난 후 드는 후회의 감정이다. 후회의 생각은 어찌어찌 '뭐 어쩔 수 없지' 하면서 쿨하게 넘기고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데, 후회의 감정은 그 결이 다르다. 후회의 감정은 태풍이 휩쓸고 간 날 묻어놓았던 무언가가 드러나는 것처럼, 그때의 감정이나 흔적 같은 것들을 다시 현재로 가져다 놓는다. 더군다나 시간이 꽤나 지났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어떤 방식이로든 행동을 취하는 것이 몇 십배는 더 어렵게 느껴진다. 대게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행동은 그 자체로 힘든 일인 경우가 많은데 그 보다 몇 십배는 더 힘들다니. 그러니 시간이 훌쩍 지난 후 찾아온 후회의 감정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훌쩍 찾아온 것처럼 다시 훌쩍 가버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갑작스레 나는 후회하는 중이다. 그렇게 떠나온 것에 대해 후회하고 다시 한번 믿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불쑥 찾아온 네 흔적들과 감정들이 당장은 반갑지 않아. 이제 와서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엔 용기가 부족해서, 찾아온 후회의 감정이 그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갑작스레 찾아온 우리 기억과 네 흔적을 마주한 게 세 번쯤 된 것 같은데도 영 익숙해지질 않네. 이렇게 세네 번쯤 더하면 무덤덤해질까 해. 그런 때가 오면 혼자서 1박 2일 정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야. 산보다는 바다가 보이는 곳이 좋겠어.
있잖아, 너는 나의 첫 후회야. 말이 웃기긴 하지만 정말 그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이라고, 맞출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왔었거든. 그런 내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어야 했던 것이 어찌할 수 있던 선택으로, 또 후회의 감정으로 쌓였던 거야.
그냥 후회는 어떻게 느껴지는가, 그 언저리를 쓰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편지 아닌 편지가 되어버렸네. 어쨌든 나는 항상 그랬듯이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할 거야. 그와 반대로 후회의 감정은 후회하게 만들기 위해서 날 무던히 괴롭히겠지만, 나는 그 감정에서 최대한 멀어지려 해. 그리고는 안녕.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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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