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몇 년 후의 분리수거

by 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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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들은 구태여 분류하고 나서야, 그게 비로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왜 꼭 후에야 알게 되는지, 나는 그게 매번 안타깝다.


어딘가 넣어뒀던 통장을 찾다가 기억나지 않는 작은 상자를 하나 발견했다. 열어보니 몇 년 전 누군가에게 받았던 것들이 담겨있었다. 당시 받았던 것들을 정리하며 일반 쓰레기는 바로 버리고 분리수거해야 할 것들은 남겨놓고서 그대로 잊고 지내온 것들이었다. 헤어지고 나서도, 또 일부를 먼저 버리던 날에도 딱히 슬프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때마침 그날은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었다. 몇 장의 편지와 껌종이에 쓰인 장난스러운 사랑 고백은 종이, 고양이가 그려진 핸드폰 케이스는 플라스틱, 말린 꽃이 담겨있던 자그마한 병은 잡병으로 분리수거되어 버려졌다. 그런데 하필 하나하나 분리수거를 한 탓인지, 그 안에 남아있던 백말 같은 나날들이 다시 파도를 타고 밀려왔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문득 서글퍼졌다. 나는 그때 할 만큼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무엇이든 더 가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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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정말로 그랬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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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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