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에 보내는 편지 2

귀찮음도 잊을 만큼, 너를.

by 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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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너도 잘 알고 있듯이 나는 귀찮은 게 참 많은 사람이야. 큰맘 먹고 시작한 운동은 일주일을 넘긴 적이 없고 한 번 침대에 누우면 몇 시간이고 폭 이불속에 파묻히곤 하잖아.


내가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는 말이 아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걸 어려워하는 거 알지? 그것도 사랑을 말함으로써 달라질 관계에 대한 귀찮음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몰라.


그런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말했던 날, 혹시 기억해?

네게 붕어빵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멋쩍은 사랑 고백을 함께 건넨 날 말이야.


'팥 붕어빵 vs 슈크림 붕어빵', 이게 그날 실없는 이야기의 주제였고, 결론은 '아 붕어빵 하나 먹고 싶다' 였잖아. 그때 나는 귀찮음도 잊어버리고 네가 씻으러 가자마자 너의 해사한 웃음을 떠올리며 몰래 붕어빵을 사러 나갔어.


붕어빵을 나눠먹고 아 역시 둘 다 맛있네 하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다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 그냥, 그냥 튀어나왔지. 처음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더 로맨틱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멋쩍게 말해버리다니. 조금 아쉽기도 해.


그날부터 나의 사랑은 우리의 다름에서 오는, 우리의 관계에서 오는 그 모든 귀찮음까지 사랑하겠다는 일종의 다짐이야. 새벽 1시 영화를 보다가 갑자기 불광천을 걷고 싶다는 너와 함께 손을 잡고 나란히 걷겠다거나, 단지 앞 트럭 근처에서 30분을 기다려 너의 퇴근시간에 맞춰 따뜻한 만두를 먹이겠다는, 그런 것들. 내일 아침엔 모닝커피를 내리고, 커피 향과 함께 너를 깨우고, 토스트를 나눠먹어야겠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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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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