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

영화 ‘동주’ 를 보고 적은 시(詩)

by 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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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 니은부터 시작해 글을 쓰게 된 이후로
저는 항상 바른 글씨를 동경해왔습니다.
그와 반대로 연필부터 만년필까지 거쳐오는동안
저는 글씨가 조금도 늘지 않은 것만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삐뚤어져 가는 것만 같습니다.

글씨를 연습할 시간은 점점 더 줄어가고,
알아야 할 것은 점점 더 잊어만가고,
몰라도 될 것만 점점 알아가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탓일까요.

그게 아니면, 어른은 되지 못한 채
그저 나이만 먹어가는 탓일까요.

이렇게 하염없이, 두둥실 살아가다가
결국 저는 스스로의 글씨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까봐,
가끔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공들여
한 글자 한 글자 꾸욱- 꾸욱- 눌러가며
기울어진 글씨를 바로 잡는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 백, 수 천의 밤을 지새우고 나면
저도 바른 글씨를 쓸 수 있게 될런지요.
혹여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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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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